2021.01.29.
진부한 이야기지만 노래의 힘은 위대하다. 예전에 좋아했었던 노래를 우연히 다시 듣게 되면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또한 개인적으로 알 수 없는 뮤지션이지만 노래를 통해 그의 감정을 느끼다 보면 그, 혹은 그녀를 개인적으로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출장길에는 자차로 운전해서 거래처를 방문하다 보니 평소보다 노래를 더 많이, 더 집중해서 듣는 편이다. 차안에서 노래를 들으면 큰 음량으로 들어도 뭐라고 할 사람 없고, 크게 노래를 따라 불러도 되고 노래하다 보면 지루할 틈도 없고 졸음 방지 효과도 있으니 운전 중 최고의 벗이 아닐 수 없다.
울산에서 부산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창밖 햇살은 따뜻했지만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기분이 드는 아침이었다. 어떤 노래를 들을까 하다 97년 作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중 ‘재하를 그리워하다’는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80년대 생인 나에게 87년 세상을 떠난 유재하는 낮선이였다. 하지만 한참 좋아했었던 뮤지션이 커버한 ‘그대 내 품에’ 노래를 듣고 원곡을 듣다 자연스레 유재하의 음악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다. 87년 발매된 ‘사랑하기 때문에’ 앨범은 유일한 유재하의 앨범이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나에게 있어 전반적인 구성이나 음악적인 부분에서 나의 최애 앨범 중 앞자리에 항상 위치하고 있는 앨범이었다.
97년 유재하 10주기를 맞아 유재하의 지인부터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란 뮤지션들이 만든 추모 앨범이 있다. 그를 위해 노래 부른 뮤지션들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앨범이며 특히 마지막 트랙인 ‘재하를 그리워’ 하며는 유재하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나간 이에게 한마디씩 이야기하는 형식의 곡이다. 이야기하는 동안 BGM으로 ‘사랑하기 때문에’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는지, 떠나간 이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노래라 처음 들었던 날과 같이 언제나 눈가가 촉촉해 지는 노래다.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나도 유재하의 지인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이야기를 담담하게 읊조린다. 별거 아닌데 이 이야기가 참 뭉클하고 나도 먼 훗날 여행을 떠날 때 남은이의 마음에 어떻게 남겨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다잊어버렸어 아무것도 생각 안나
재하가 떠난 것도 생각이 안나고 재하가 있다고 생각해
음악이 있으니까 재하가 있다고 생각하고 음악으로 안 사람이었으니까
음악이 남아있으면 재하가 있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