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6.
같이 걸어가고 싶은 사람.
골프채를 처음 잡은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하찮은 실력 그대로 이다. 지인의 제안으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하지만 나이차도 나고 친하지도 않은 지인들이라 가뜩이나 불편했는데 어색한 동작의 골프까지 하려니 어찌나 불편하고 재미가 없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내가 공을 한번 치면 모두가 한마디씩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를 들으니 죽을 맛이었다. 이후 사회생활이라 생각하고 연습장을 끊었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연습장을 끊으면 회사일이 바빠져 연습장을 가지 못하는 일이 많았고 연습하지 않고 일 년에 한번 정도, 아주 가끔 골프장만 가는 날이 이어 졌다.
사람 수를 맞추기 위해 따라간 첫 번째 골프장에서 최악의 기분을 느꼈다. 연습을 하지 않았으니 공이 맞을 리가 없었다. 칠 때 마다 공을 잃어버리거나 허공에 스윙을 하기 태반이었다. 또한 처음 와본 골프장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린 위에서는 그린을 밟지 않고 그린 주위를 돌아가는 것이 기본예의인데 모르고 잔디를 가로지르다 캐디가 “잔디 밟지 마세요. 라고 주의를 들었다. 공도 못 쳐서 짜증나고 부끄러운데 그런 주의까지 받으니 그만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첫 번째 경험이 이랬으니 골프가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 골프를 친다고 해야 할지 안친다고 해야 할지 경계에서 있을 무렵 친한 지인들끼리 골프를 치러간 적이 있다. 잘 치지 못하니 당연히 가기 싫었지만 같이 가는 지인들이 좋아 그냥 가서 놀고 온다는 생각으로 같이 갔다. 당일 아침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시작 시간이 되어갈 때쯤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공도 못 칠게 뻔한데 비까지 내리다니 되는 일이 없구나 생각했다.
막상 친한 지인들끼리 골프를 하니 부담이 없었다. 어색한 사람들과 라운딩 한때는 잘 쳐야 할 것 같은 부담도 있고 같이 걸어갈 때 나눌 이야기도 없어 어색 그 자체 였는데 친한 지인들끼리는 못 쳐도 잘 쳤다 해주면서 부담을 덜어 주었다. 같이 걸어가면서 요즘 근황도 물어보고 편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안 맞던 공이 자연스레 맞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수도 잘나오게 되었다. 비에 흠뻑 젖어 버렸지만 그 것 마저도 재밌었다. 젖은 모습을 보며 서로 낄낄 웃었다. 같이 걸아 가는 사람만 바뀌었는데 그렇게 재미없던 골프가 재밌어 지고 잘 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요즘 내가 주변사람들에게 같이 걸어가고 싶은 사람일까? 요즘 육아와 미래에 대한 고민들로 스스로 여유가 없었다. 가장 소중한 아내에게도 짜증만 내고 아내의 투정에 “나도 힘들어”라고 답하고 아내의 질문에는 “상관없어”라고 아내의 화를 돋웠다. 또한 시간으로 보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 사람들에게 먼저 웃으면서 이야기를 꺼내본지 오래된 것 같았다. 특히 나보단 경력이 적은 친구들에게 알려줘야 할 게 많았을 텐데 전혀 신경써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글쓰기 시간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자, 나와 함께 걸어갈래? 재밌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