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도비 Feb 05. 2021

우리가 들리는 순간

우리가 들리는 순간  


도쿄의 도쿄타워,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서울의 남산타워. 이 타워들은 각 나라의 대표적 랜드마크로써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타워 일 것입니다. 저는 남산타워가 위치하고 있는 남산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려고 합니다. 지금도 저에게 상냥한 아내가 좀 더 상냥했었던 연애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아내와 달콤한 연애를 시작한 그 무렵, 광고 회사에 다니는 아내는 국내팀에서 업무가 많기로 유명한 글로벌팀으로 부서가 변경 되었습니다. 그 이후 아내의 힘든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내는 하루하루가 야근의 삶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나와 만나지 않기 위해 매일 야근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야근은 사실이었고 매일 밤 12시쯤 퇴근하였습니다. 우리의 데이트는 12시를 넘어서야 시작되었습니다. 야근에 찌든 아내는 한적한곳을 원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산을 자주 찾게 되었고 남산에서도 남산 도서관쪽이 우리의 주요 데이트 장소였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억지로 가을에게 자리를 비켜주기 시작한 무렵, 그날은 아침부터 저녁때 까지 부슬부슬 비가 내렸었습니다. 우리의 데이트가 시작 될 무렵 다행히도 비는 그쳤고 우리는 차를 남산 도서관의 주차장 초입에 주차한 후 야간 산책을 하였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서로의 일상만으로도 우리 둘 사이에는 대화와 웃음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산도서관을 향해 돌계단을 오르다 계단 아래쪽을 바라보면 후암동의 야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후암동의 야경은 깍쟁이 같은 서울의 야경이 아닌 좀 더 정감 있는 야경입니다. 남산도서관과 돌계단 끝에는 넓은 공터가 있습니다. 나무벤치가 있고 아름드리나무들이 적당한 거리를 지닌 채 위치하고 있습니다. 원래 늦은 시간이라 한적한데 이날따라 비가 와서인지 더 한적하고 안개도 분위기 있게 자욱하게 깔려 있습니다. 평소 좋아했던 노래를 허밍으로 부릅니다. 그 노래는 “재즈모음곡 2번 중 왈츠”, 그 노래에 맞춰 아내의 두손을 마주 잡고 우리 마음대로의 왈츠가 시작됩니다. “따다다다 따다 따다다 따~다 따다” 늦은밤 옅은 안개 속에서 우리만의 무도회가 열립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왈츠를 추었던 그날의 분위기, 풍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날 이후로도 데이트 장소로 남산도서관을 많이 찾았지만 그날처럼 안개 자욱하면서도 운치있었던 날은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쌓여 우리는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니 좋습니다. 하지만 항상 좋을 수만을 없죠. 사소한 것들로 인해 싸울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마다 연애시절의 아내와 함께 좋아했었던 노래들을 찾아서 들어보곤 합니다. 그러면 별거 아닌 것에 화내고, 삐친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사실은 오늘도 사소한 것에 삐쳐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앞으로도 수천번 수만번 사소한 것에 화내고 삐치겠죠? 그럴 때 마다 행복한 우리들의 모습이 들리는 노래를 들으며 반성하고 아내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남편이 되어야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