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어디까지 바꿔봤니?

인간이 바꾸는 지구의 역사, 인류세

by 하현

지구, 어디까지 바꿔봤니?

인류세 (Anthropocene) - 인간의 힘이 지구에 미치다.


# 기후변화, 멸종의 역사


기후는 늘 변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구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Judd et. al. 2024) 현재는 약 46억 년 전 지구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평균온도를 갖고 있는 시기이다. 지구는 약 46억 년 전 뜨겁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여 긴 시간 동안 기후변화와 함께 진화해 왔다. 선캄브리아기에는 지구가 식으며 최초의 바다와 대기가 만들어졌고, 약 24억 년 전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의 출현으로 대산소 사건이 발생해 대기 중 산소 농도가 급증하며 지구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또한 약 76억 년 전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인 ‘눈덩이 지구’ 시기를 겪으며 극단적 빙하기를 경험했다. 그 이후 고생대, 중생대 및 신생대를 거치며 지구는 극적인 기후변화를 반복했다.


이 기간 동안 지구에 살던 생명체들은 다섯 번의 멸종을 경험했다.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은 늘어난 식물들의 광합성으로 지구의 산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되고 이로 인해 지구 대기의 구조가 바뀌고, 이는 다시 기후의 변화를 일으켰다. 데본기 대멸종은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으나, 초신성 대폭발과 같은 먼 우주로부터의 힘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한다. 페름기 대멸종과 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은 화산폭발 혹은 지질활동 등으로 인해서 기후가 변화되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바다 온도만 섭씨 40도가 넘었을 정도로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마지막으로 백악기 대멸종은 지구상에서 공룡을 모두 멸종시켜 버린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소행성 충돌로 일어난 것으로 과학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수많은 사건이 지난 후 약 260만 년 전부터는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는 가운데 인류가 등장했고, 다양한 모습으로 환경에 적응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 고작해봐야 10도 ~ 40도의 차이일 뿐인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46억 년의 시간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대략 10도 에서 40도 사이에서 변화되어 왔다. 이러한 온도 변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되기도 하였으며, 사라지기도 하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기온은 어쩌면 지구 역사상 인간이라는 종이 살아가는 데 가장 이상적이고 적합한 수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구의 긴 역사에서 볼 때 지금의 변화는 아주 미미한 수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변화에 집중하고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변화가 지구 자체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우리가 구축한 문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지구의 변화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변화의 속도와 그 결과인 셈이다.

science.adk3705-fa.jpg 지구 탄생 이후 46 억년 간 지구 평균 온도 변화 (Judd et. al. 2024)

# 여섯 번째 멸종은 인간의 손으로


이미 인간은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고 인식되는 심각한 멸종의 시기를 겪고 있다. 기존 대멸종 사건들은 대개 수만 년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행되었으나, 지금의 멸종 위기는 불과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의 극히 짧은 기간에 압축되어 일어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멸종 속도가 지구 역사상 정상적인 배경 멸종 속도보다 최소 수백 배, 많게는 수천 배 이상 빠르다고 경고한다. 게다가 기존의 대멸종은 소행성 충돌, 화산 폭발 등 자연적 원인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대멸종은 인간 활동—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환경오염, 과잉 착취 등에 의해 직접적으로 유발되고 있다.


현재를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지질학적 기록에 지속적이고 명확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 시대, 즉 “인류세”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인류세는 18세기말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간주한다. 클라이브 해밀턴과 같은 주요 학자들은 인류세가 단순히 인간의 환경 파괴를 기록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지구의 시스템에 심각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자 경고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인류의 앞으로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인류세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지금 당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전환한다면 인류세의 부정적 영향은 점차 줄어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 생존은 평등하지 않다: 약자부터 사라진다


특히 인간의 경제 활동과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는 이미 시작된 여섯 번째 대멸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러한 대멸종이 인류 전체의 멸종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와 같은 기존의 모델링 연구에서도 나타났듯이, 대다수 부유한 국가의 사람들은 기술적·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변화하는 환경에 상대적으로 잘 적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의 인간 활동이 초래하는 멸종 위기와 과거 대멸종 사건 사이에는 명백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약한 대상부터 희생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약한 대상’이란 빠른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생물종만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할 충분한 경제적 자본과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나 사람들까지도 포함한다. 이미 방글라데시처럼 농업 중심의 저지대 해안지역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과 홍수로 인한 직접적이고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태풍 경로에 놓여 있는 도시와 마을들, 침수 위험이 높은 저지대 국가, 그리고 대한민국과 같이 기후 변화로 산불이 잦아지는 지역의 주민들 역시 위험 대상이다. 따라서 인류세라는 개념을 인간 중심적으로 재해석하면, 그것은 결국 ‘인간 활동에 의해 촉발된 인간 생존의 위협’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Judd et. al. (2024) Science, A 485-million-year history of Earth’s surface temperature

곽재식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Clive Hamilton "Defiant Earth - The Fate of Humans in the Anthropo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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