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당신은 안녕하셨나요?

고작 1.5도에 흔들리는 지구, 아니 지구 사람들

by 하현

# 고작 1.5도? 정말 그렇게 생각해?


고작 1.5도, 그 정도 변화가 뭐가 그렇게 대수라고 호들갑일까? 하지만 이 작은 숫자는 결코 작지 않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미 2024년에 1.5도라는 목표선을 넘어섰다. 물론 2100년까지 이 목표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수 있지만,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닐 것이다. 현재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의 기후 정책은 전 지구적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기에도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국제적 연구기관인 Climate Action Tracker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정책 수준은 중국, 인도 등과 함께 3도를 훌쩍 넘고 심지어 4도에 근접한 상황이다. 기후 재앙을 막을 의지가 없는 수준의 대응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이는 결코 단지 그동안 석탄, 석유, 가스 같은 탄소 에너지를 펑펑 써온 일부 선진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Screenshot 2025-04-15 at 07.00.55.png
CAT_2024-11_CAT-Thermometer_4Bars_Annotation.original.png
국가별 기후변화 정책 비교 (출처: Climate Action Tracker)



#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야?


대한민국은 기후위기의 가해국이자 피해국이기도 하다. 물론 아주 극소수의 국가 혹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익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지구적 재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작은 이점은 다른 지역의 피해에 비하면 사막 한가운데 피어난 잡초만큼이나 미미할 뿐이다. 대한민국도 이미 기후변화의 피해를 받고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경험한 변화 전부를 기후변화 때문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 작은 온도 상승이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 최근 5년 평균기온이 1.3도 상승하는 동안 대한민국에서 5년 평균 폭염일수는 약 7일에서 18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snapshot-1744666820090@2x.png 폭염일수변화 (1974 ~ 2024)



# 여름은 원래 더운 계절이 아니었을까?


“가만히 있어. 그러면 안 더워.” “옛날에는 에어컨도 없이 어떻게 살았나 몰라.” “여름은 원래 더워야 여름이야.” “옛날에는 이것보다 더했어.”


여름이 더워서 지칠 때면 꼭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덥다고? 맞다. 하지만 옛날에는 정말 가만히 있으면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때는 실제로 에어컨 없이도 견딜 만했다. 여름은 원래 더운 계절이 맞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고, 이렇게 오래 지속되지도 않았다. “옛날에는 이것보다 더했다”라고? 아니다. 지난 40여 년의 기억을 돌이켜 보면,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지고 뜨거워지고 있다.


2004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20년간 열대야가 증가한 것만 봐도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2004년 당시 1년에 30일 이상의 열대야를 겪었던 곳은 제주도 뿐이었다. 내륙에서는 고작 9개 정도의 지역에서만 열흘 이상의 열대야가 나타났다. 그러나 2024년 현재 강원도 산간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전국 모든 지역에서 열대야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열대야 일수가 60일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여름이 길어지고 더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2004HotNights.png
2024HotNights.png
2004년과 2024년의 열대야일수



# 작은 대응의 시대는 끝났다


고작 1.5도라는 작은 숫자에도 우리는 이미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길고 더워진 여름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하철 역사에 냉방 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대응에서부터 국가적 차원의 기후 적응 계획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 적응 비용은 지금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비용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더 덥고 건조한 기후는 산불을 더욱 빈번하게 만들 것이다. 2025년 경상북도의 산불로 우리가 경험한 엄청난 피해는 앞으로 일상이 될 수도 있다. 해수면 상승은 이미 해안지역을 침식하고 있으며, 해안 지역 도시나 국가 차원의 집단 이주까지 고려해야 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나는 앞서 기후변화가 약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유한 국가들, 자본과 기술이 있는 국가들은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적응이란, 그저 “더우면 밖에 안 나가면 되고, 에어컨 좀 설치하면 되겠지”와 같은 단순한 수준의 대처가 아니다.


새로운 기후에 적응한다는 것은 결국 존재의 가능성 전체를 걸고 하는 도박과 같다. 우리는 더 이상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기후 속에서 생존을 위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어떻게든 적응할 것이다. 호주 남부 사막에 위치한 마을 “쿠버페디(Coober Pedy)“처럼, 극단적 더위를 피해 지하에 마을을 만드는 극단적 방식이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문명을 버리고 땅속으로 들어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미래의 모습을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건물과 건물은 지하로 연결되고, 모든 스포츠와 야외활동은 통제된 실내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모습.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기후 시대의 현실일 것이다.



# 지구의 열, 인간의 체온


그래서 1.5도, 그게 뭐 얼마나 대수라고? 인간의 체온은 대략 36.5도 라고 알려져 있다. 1.5도가 올라서 38도가 되면 어떻게 될까? 3도가 올라서 39.5도가 된다면? 그리고 40도가 넘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 처방을 모른다면? 그리고 40도가 넘는 열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 인간은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결국 지구는 인간의 신체과 똑같다. 기준 온도는 36.5 도에서 시작했다. 온도가 평균보다 조금 낮았던 시대였다는 것을 감안해서 관대하게 36도라고 하자. 2024년을 기점으로 우리의 체온은 37.5도로 올랐다. 체온계를 들이밀고 원인을 찾으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다행히 우리는 이미 원인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병원을 가기 전에 그 원인부터 해결을 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인을 없앨 생각을 하지 않고, "40도까지는 체온이 올라도 괜찮을거야." 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괜찮을까?



Climate Action Tracker (2025) https://climateactiontracker.org/countries/

이전 02화지구, 어디까지 바꿔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