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한 친구를 잃었다. (5)

- 우울증과 함께한 10년의 기록

by 하현

그를 보내고 며칠 후 한 대학교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잠시 들렀지만, 괴리감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 누군가는 같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렸구나. 누구에게도 웃음 지어줄 수 없었다. 억지로 웃는 내 모습이 가식적으로 보였다. 세상의 모든 웃음이 가식으로 보였다. 친구를 도와주지 못한 나를 조롱하는 것으로 보였다.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꼭 지켜주고 싶다고 말하던 친구였는데,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고 친구를 지키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빛에 섞인 조롱과 경멸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의 일부일 뿐이었다.


친구를 보내준 그날 밤부터 계속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친구를 보내주러 가는 버스 안. 잠시 잠에서 깬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가슴이 저려온다. 그렇게 친구를 보내고 돌아온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그를 기억한다. 그리고 잠에서 깬다.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은 내 인생 최악의 악몽이었을 뿐이었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편안한 마음에 잠을 청하다가 내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새로운 악몽이 시작된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다시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다. 처음 그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던 그때의 고통이 매번 눈을 감고 잠이 들 때마다 그리고 꿈에서 깨는 바로 그 순간 새롭게 나를 찌른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다. 내가 살아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내가 아직 잠을 자는 것인가? 한번 더 꿈을 깨면 그가 죽었다는 사실은 꿈으로 바뀔 것이가? 하지만 더 이상 잠에서 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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