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이 글은 네이버 웹툰 '저궤도 인간'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웹툰을 보지 않으신 독자께서는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평소 같으면 웹툰은 잠깐의 즐거움으로만 만끽하고 치우는데, 끝까지 스크롤한 뒤에도 유난히 오랫동안 진한 여운이 남는 웹툰이 있다. 네이버 웹툰 '저궤도 인간'은 주인공 '주재열'을 칭한다.
주재열의 구차하고 절박한 인생 서사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겠다. 제목이 서사를 이미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궤도 인간이 끝을 알 수 없는 '무한 저궤도'로 스스로를 추락시키는 시기는 친한 후배 '이동재'의 고독사로부터 시작된다. 이동재는 반지하에서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주재열에게 생활비를 빌려가며 글쓰기에만 매진하다가, 어느 날 돌연히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충격에 휩싸이던 주재열은 문득 이동재가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유작'의 초고를 떠올리게 된다. 저궤도에서 발목이 붙잡힌 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해 지칠 때로 지쳐있던 주재열은, 유작을 찾아 '작가'로 데뷔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차라리 밀어붙이려면 처음부터 끝을 볼 각오를 단단히 했었어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주재열은 그리 뻔뻔하지 못하다. 그간 이동재에게 빌려주었던 생활비를 돌려받는 셈 치겠다고 자기 합리화를 열심히 해보지만, 자꾸만 저궤도에서 더 아래로 스스로를 기꺼이 처박는다. 그는 수십 번의 고뇌 끝에 본인의 이름으로 출판사에 유작을 투고하고 만다. '거짓' 자체의 무게만으로도 이미 버거운데, 이도 모자라 거짓의 뒤를 바짝 쫓아오는 '불안'의 무게가 더해진다. 더 위로 나아가려는 선택은, 오히려 주재열을 꼼짝없이 아래로 짓누를 뿐이다.
본인의 글이 아닌데도 본인이 쓴 것처럼 보이기 위해 주재열은 이동재의 원고를 막힘없이 외우고, 땅굴을 파는 개미들처럼 낱낱이 파헤친다. 그럼에도, 그는 이동재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주재열은 이동재에게 무슨 의도로 썼는지 묻는다. 상상 속 이동재는 주재열에게 "이제 형의 글이잖아요."라고 넌지시 대답하며 "형 마음대로 얘기해도 돼요. 작가 본인이 그렇다는데 누가 그걸 틀렸다고 하겠어요."라고 덧붙여 일침을 가한다. 마침내, 합리화는 절정에 달했다. 이동재의 '독자' 주재열은 또 다른 '독자'인 편집자에게 '동재'의 의도를 설명하는 와중에, 추락의 롤러코스터가 그의 발 앞에서 그를 태우려고 기다리기 시작할 것이다.
저궤도 인간은 웹툰의 형식임에도 마치 소설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컷 사이의 문장들도 표현이 하나하나 유려하다. '작가'라는 거짓의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씌우기까지 수없이 고뇌한 주재열의 심리를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었던 나는 주재열의 선택을 잘못된 것이라고 적나라하게 비난할 수 없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아 올라가려고 아등바등하는 절박한 처지에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그 누가 단번에 고사할 수 있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앞으로도 챙겨볼 수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