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마음도.
주변에 나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을 살펴보면, 그중에 '나도 저렇게 곱게 늙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호수처럼 맑고 투명한 존경심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게 하는 분이 있다.
곱게 늙는다는 것은 단순히 외모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위 말해 '나잇값을 제대로 해야' 곱게 잘 늙었다는 평이 뒤따르게 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의 경험치가 거대한 산만큼 쌓인다. 여기서 경험치는 곧바로 '지혜'로 전환되지 않는다. 경험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억센 고집만 부리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잇값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먹은 나이만큼 세상의 모진 풍파에도 꿋꿋이 버틸 힘도 덩달아 커지기에 한창 나이를 먹는 중인 사람들도 그의 밑에서 버틸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자기보다 어린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곱게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노화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요즘은 안티에이징 기술이 부쩍 발전해서 적어도 외모적인 부분에서는 생물학적 나이보다 훨씬 적게 나이가 들어 보이게 만들 수 있지만, 그럼에도 결국 모두 똑같이 공평하게 늙는다. 안티에이징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은 노화를 은연중에 혐오하는 풍토를 대놓고 인정하고, 아예 노화와의 전쟁을 선포하듯 기세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노화는 마땅히 거부되어야 하고 최대한 지연시켜야 할 현상인 것이다.
누구든 늙고 싶진 않을 것이다. 사실, 노화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 반응은 상당히 본능적이다. 늙어갈수록 몸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듯 예전만큼 힘이 들어가기는 커녕 점점 빠져버리고 만다. 피부의 주름은 고랑길이 세워지듯 갈수록 깊어지고 늘어만 간다. 면역력이 떨어져 자질구레하게 아픈 날도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다. '젊은 시절' 빠릿하게 해내던 일들도 처리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만다. 모든 것이 예전만도 못하니 젊은 사람을 대하면 저절로 마음이 위축되는 것이다. 늙음을 인식하는 일은, 그 자체로 앞으로 풀리지 않을 설움을 마음 한켠에 켜켜이 쌓아놓게 만든다.
그럼에도, 노화는 지금도 보이지 않을 뿐 계속 진행되고 있다. 노화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곱게 늙어야 한다.' 외모적인 부분은 안티에이징 기술로 어떻게든 노화의 직격탄을 비껴갈 수 있어도, '지혜'는 경험치를 단순히 해저에 묻힌 보물처럼 많이 쌓는다고 얻을 수 없다. 늙어가는 과정 속에서 맨틀처럼 굳어버리는 선입견을 경계하면서도, 쌓은 경험치를 백분 활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한다.
내가 훗날에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적어도 추하게 늙어보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곱게 늙으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