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의 기로

by 문하현

최근에, 잡스러운 상념을 포스트잇에 마구잡이로 써재낀 듯한 내 '메모'들을 하나씩 살펴보곤 했다. 막연히 삶으로부터 뚜렷한 형체를 부여받지 못한 채 흐물흐물해지는 감각에서 벗어나고자 글을 쓰는 일을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소위 '현타'가 섬광탄처럼 번쩍 터져 몸을 휘청이게 하는 바람에 글의 뿌리에 심으려고 고이 모아뒀던 상념의 조각들을 쥐던 손아귀에 힘이 탁 풀리는 느낌이 덮쳤다. 문득, 내가 도대체 왜 쓰고 있는지 불현듯 의구심이 걷잡을 수없이 커져버리는 것이었다. 겨우 찾아냈던 상념의 조각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또다시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어두침침한 숲 같은 무의식에 꽁꽁 숨겨진 통찰의 창고에 되돌아가고 말았다.


현타가 닥치는 대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채 멈추라고 고함을 지르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은은하게 달아올랐던 흥미가 갑자기 어디선가 퍼붓는 얼음물을 홀딱 뒤집어쓴 듯 한순간에 열기가 팍 식어버렸거나, 깊이를 더한 '작품'을 탄생시키고 싶다는 열망을 은연중에 인식했거나, 아무튼 전자와 후자 중 무엇이 이유인지는 현타를 마주한 나에게 달렸다.


사실, 내가 나의 생각과 언어에 관해 참으로 지독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철저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느냐고 스스로에게 자문했을 때 크게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자답할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가볍게 읽힐 의도로 더 깊은 고민으로 숨어들지 않고 부담 없이 술술 썼지만, 가벼워진 만큼 나의 문장은 누가 읽었을 때 절로 감탄이 입에서 노래처럼 흘러나오는 경이에 빠져들게 하는 특이하고 묘한 매력이 없다. 나는 지금, 보이지 않는 천장이 머리꼭지까지 내려와 은근히 나를 짓누르는 '듯한' 착각과 '실제로 느끼는' 감각 사이의 '애매한' 상태에 놓인 것 같다.


이제, 나는 '이탈의 기로'에 섰다. 잘만 가던 길에서 완전히 이탈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새롭고 더 멋진 장소가 있는 길을 찾아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길을 완전히 이탈하면, 돌연히 다시 내키기 전까지 글을 쓰는 일에 손대지 않을 것이다. 이탈하지 않고 다른 길로 샌다면, 문장들을 낱낱이 해부하고 몇 겹의 깊이를 더해 다시 조립하는 일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이 점점 망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