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습관은 '흔적'으로 남겨야 한다.

나쁜 습관은, 예로부터 진화의 흔적이다.

by 문하현

고백하건대 내게는,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같이 엉겨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 나쁜 습관이 하나 있다. 이 습관 하나 덕분에 손톱 주변이 항상 엉망진창이거나 들판에 핀 잡초들을 연상시키듯 길이가 들쭉날쭉하다. 손톱 주위에 거스러미가 워낙 잘 일어나는 편이라서 거스러미를 없애려고 조금씩 뜯다 보면, 어느새 손톱까지 같이 신나게 갉아대고 있는 내 손가락을 볼 수 있다. 그만 뜯으라고 거침없는 손가락에 정지 명령을 보내도, 명령은 단 몇 시간 동안만 유효했을 뿐이었다.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굳은살처럼 박혔는지 되짚어보다가, 문득 꺼진 전구에 빛이 재빠르게 들어오듯 '흔적기관'이라는 용어가 뇌리를 스쳤다. '흔적기관'이라는 용어를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흔적기관은 '진화'라는 거대한 생물학적 서사에서, 생존에 유용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인해 무시된 기능이자 부위다.


나쁜 습관과 흔적기관은 언뜻 보면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과거에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현재에는 '문제점'으로 인식되어 제거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나쁜 습관은, '심리적 흔적기관'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나쁜 습관도 분명히 처음에는, 한 개인에게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본능적인 보호장벽으로 기능했을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아주 단순 명쾌한 논리가 개입해 조용히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특정한 행동은 보상을 통해 강화되고 반복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은 나쁜 습관도 빼놓지 않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나쁜 습관이 고쳐야 할 문제점으로 인식된다면 고치려고 노력할 필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 번씩 내 손가락을 무심결에 쳐다보게 될 때, 더 이상 마구잡이로 뜯지 말아야겠다는 소소한 다짐을 되풀이하곤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본능을 담당하는 뇌의 회로에 단단히 새겨진 습관을 교정하는 것은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성공했다면 지금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교정을 좀 더 수월하게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쁜 습관에 대한 마인드셋을 재구성하면 어떨까 싶었다. 무조건 없애야만 하는 문제점이 아닌, 고맙게도 시시각각 달려드는 위협으로부터 과거의 유약했던 나를 지켜준 '흔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없애야 한다는 강박은 되레 나쁜 습관에 대해 더 파고들게 만들어 결국 습관을 되풀이하는 기제로 작용할 뿐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나쁜 습관은, 언젠가는 나의 '흔적'으로 물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