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당신 앞에 지금 막 새로운 일이 떨어졌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는 조금 달라서 낯설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 일을 해내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 고민이 된다.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새로운 걸 배우는 기회가 될 것 같긴 한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제대로 못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고민을 마친 당신은 결국 택하게 된다. 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를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에는 내면에 있는 당신만의 동기 혹은 판단 기준이 작용한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해나가면서 중요시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어렵거나 도전적인 과제를 대할 때 우리가 지향하는 점 혹은 목표 선호도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다. 배움의 과정에서 역량을 키우고 업무에 능숙해지는 것을 중심에 놓는 것으로, 이를 ‘학습 지향적 태도learning orientation’라고 부른다.
둘째, 일을 끝내고 나타나는 결과, 즉 성과를 중심에 놓는 태도다.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잘했는지 혹은 얼마나 잘하지 못했는지가 중요하며, 비교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것으로 ‘성과 지향적 태도performance orientation’라고 일컫는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일할 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이 중요한가, 경쟁자를 이기거나 적어도 경쟁자에게 지지 않는 ‘성과’가 중요한가? 당신은 어떤 경우에 "잘했다", "성공했다"라고 판단하고 "만족스럽다"라고 느끼는가?
먼저 학습과 숙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참 잘했다’, ‘성공했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 열심히 노력해서 새로운 지식이나 새로운 기술을 익혔을 때
· 과거에는 몹시 어렵게 느꼈던 것을 배워 잘하게 되었을 때
· 자신이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배울 때
· 잠재력을 발휘하며 목표를 이뤘을 때
· 어떤 특별한 부분에서 한발 나아가게 되었을 때
학습과 성장을 지향하는 이들이 일을 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과정이다. 물론 이들에게도 결과는 중요하다. 하지만 결과까지의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그렇기에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개발할 기회를 꾸준히 찾고, 성장의 기회라고 판단되면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한다.
반면에 성과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내가 ‘남들보다 얼마나 더’ 잘하는가 혹은 ‘남들보다 얼마나 덜’ 못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만족하고 안도하며 ‘성공했다’고 느낀다.
· 무언가를 동료보다 잘할 때
·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잘하지 못할 때
· 다른 사람들은 실패했지만 나는 잘 해냈을 때
· 내가 주변에서 가장 생산적인 사람인 것 같을 때
· 어떤 것을 알고 있거나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인 것 같을 때
성과를 지향하는 이들의 목표는 그저 잘하는 것이 아니다. ‘남보다 더’ 잘하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만큼 잘 해냈는가 하는 절대적인 결과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인 판단에는 언제나 주변 사람이 이룬 성과와의 비교가 개입된다. 자신이 잘 못했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남들보다 잘했다면 괜찮다. 만약 나도 잘했는데 남들도 나만큼 잘했다면 낙심하면서 실패했다고, 나는 별로라고 여긴다.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하고 이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 보다 "남들보다 더" 잘하고 못한 정도로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성과 지향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두 가지 경향을 보인다.
첫째, 자신의 성과를 끊임없이 입증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와 인정을 받으려 한다.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며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은 피하려 한다. 남보다 잘하기가 목표인 만큼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몹시 민감한 것이다. 늘 경쟁 모드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학습 및 성장을 중요시하는 사람들과 비교 및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람들 중 누가 더 좋은 성과를 내게 될까? 비교에 신경 쓰고, 남보다 더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 아무래도 더 좋은 성과를 보이지 않을까?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살펴본 연구들은 일반적인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일터에서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학습 및 성장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조직과 팀 내에서 공식적으로 합의된 성과를 달성하고, 맡은 임무를 더 성실하게 해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상사들 역시 이들에 대해 평소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라고 여긴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성과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이들이 보인 성적표는 의외로 좋지 않다. 배우고 성장하려는 의지에 비해 "경쟁심만" 강한 사람일수록 결과는 더 안 좋다. 게다가 이들은 스스로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신이 하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만족하지도 않는다고 답하는 비율이 높다.
이기기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도 못하고 성과도 좋지 않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주변과 상황을 넓게 보지 못하고 단기간의 경쟁에 주목하며 조급해한다. 일과 삶에서 주도권을 점점 상실하며 혼란을 겪곤 한다.
한 직장인의 말은 성과와 결과만을 우선시하고 비교에 집중하며 살아온 이의 모습을 잘 설명해준다.
“나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했다.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잘하기 위해서였다. 경쟁자보다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을 안고 공부했다. 시험을 보고 난 후 가장 급하게 한 것은 경쟁자와 내 점수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어떤 전공을 택하면 좋을지,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지금도 그렇다. 내 목표는 동료들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이다. 그들보다 못하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쓴다. 사람들 앞에서 잘 못할까 봐, 실패할까 봐 조마조마하다.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은 가능한 한 피하려 한다. 새로운 것을 해보겠다고 먼저 의견을 내기보다 회사에서 하라고 시키는 일들만 안전한 방법으로 하는 편이다.
그런데……, 사회는 학교와 많이 다르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이라는 정해진 목표가 있었다. 공부는 선생님이 가르쳐주었고, 모르는 문제는 참고서 뒤에 답이 친절하게 나와 있었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경력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것을 만들어내면 좋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혼란스럽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내 선택은 주변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늘 눈치 보고 끌려가기만 했지, 스스로 큰 그림을 그리고 내가 주인이 되어 나아갈 방향을 정해본 적이 없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막막하고 불안하다.”
당신 안에서 선택과 행동을 결정하는 동기로 작동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주변 사람을 기준으로 정하고 그들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작은 우물 안에서 어느 날은 잔뜩 긴장했다가 실망하고, 또 어느 날은 이겼다고 좋아하는 감정의 기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삶은 너무 긴장되고 피곤하다. 크게 보자. 우물 밖 큰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 책상 옆 몇몇 사람이 아니라 내 일과 관련한 업계 전체,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일들, 새로운 기회를 바라보고 준비하자.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승패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이다. 하고 싶은 일을 오래도록 잘하기를 바란다면, 비교해야 할 대상은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다음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자.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현재의 나는 처음 일을 시작했던 때의 나와 무엇이 다른가?
2) 5년 전보다 어떤 점이 나아졌는가?
3) 3년 전보다 무엇을 더 많이 알고 있는가? 무엇을 더 잘하게 되었는가?
4)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1)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도전해 본 일은 무엇인가?
(2) 새롭게 배운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배우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가?
성장과 관련한 자신만의 욕구와 바람을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의 욕구와 바람을 아는 것은 그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에너지를 쏟는 동기가 되어준다.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1) 나는 어떤 부분을 점점 더 잘하고 싶은가?
2) 나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기억하자.
당신이 주목해야 할 것은 단기적인 승패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이다.
오늘 무언가가 잘 안 되었다면, 실패를 통해 배우고 내일 다시 하면 된다.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은 반드시 잘 된다.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청림출판) pp.65-77 중 일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성장과 성공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