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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Oct 13. 2019

이타적 행동이 발휘하는 힘

소명 의식calling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꼽는 요소가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것, 흔히 '친사회적 의도pro-social intentiona'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친사회적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으면 주로 다음과 같이 답을 합니다.


·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 다른 이들을 돕는 일에 마음이 자연스럽게 향하는 것
· 일을 통해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주변과 우리 사회에 좋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느끼는 것
·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기여하는 것
·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남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내고 돋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곤 합니다. 내가 이기지 못할 것 같을 땐 경쟁자를 끌어내리려 하기도 하지요. 이기려고, 지지 않으려고, 내가 더 많이 가지려고 아등바등 살다 보니 주변에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넘어진 채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건 돈이든 능력이든 여유가 있는 사람 혹은 특별하고 숭고한 뜻을 품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마음은 있지만, 지금은 나 하나, 우리 가족을 챙기기도 바쁘니 긍정적인 영향력 같은 것은 나중에 생각하겠다며 미루기도 합니다.


이기심은 강해지고 이타심은 점점 옅어지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 자신만 위하고 내 이익만 취하려 하면 실제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성공하게 될까?’
‘그 결과로 일에 대한 의미와 자부심도 더 커질까?’
‘삶에도 더 만족하고 안정감을 느끼며 행복해질까?’




퍼듀대학교의 블레이크 앨런Blake A. Allan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이타적 행동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여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컴퓨터 앞에 앉아 글자를 타이핑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작업 결과에 따라 보상을 해주기로 했는데 한 그룹은 참가자 자신이 수고비를 가지는 조건이었고, 다른 그룹은 해당 금액이 복지 기관인 미국 적십자사에 기부되는 조건이었습니다. 즉 하는 일은 같지만 결과에 따른 혜택을 누리는 대상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지요. 두 그룹의 참여자들은 자신이 속한 그룹의 보상 조건을 인지한 후 주어진 일을 했습니다.  


작업이 끝났을 때,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1) “조금 전 당신이 한 일은 중요한 일이었습니까?”


2) “당신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이었나요?”


놀랍게도 두 그룹이 내놓은 답은 서로 달랐습니다. 자신이 일한 결과가 모두 본인에게만 돌아오게 된 이들에 비해 이익이 타인에게 전해지는 ‘기부 조건’에 속한 참여자들이 자신이 한 작업을 훨씬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었다고 답했습니다. "내가 조금 전에 한 일은 중요하기도 하고 의미도 큰 일이었습니다."라고 말이지요.




앨런 교수팀은 또 다른 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직장인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게는 지난 일주일간 했던 업무 중 ‘자신’에게 이익이 된 대표적인 일 몇 가지를 적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그룹에게는 업무 중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거나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었다고 여겨지는 일을 적도록 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두 그룹 사람들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직장에서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당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습니까?" 


결과는 어땠을까요?

나에게 돌아온 이익, 내가 만들고 나 혼자 누리는 이익을 떠올린 사람들과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떠올리며 서술한 사람들이 느낀 일의 의미 중 어느 쪽이 높았을까요? 


결과는 후자의 완전한 승리였습니다. 나의 편리함과 이익만 생각한 이들에 비해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을 떠올린 이들은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의미가 꽤 크다고, 나는 직장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답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가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내적 동기가 강한 일을 할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어려움을 만나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로 이어집니다.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Adam Grant 교수는 일에 대한 내적 동기가 발휘하는 힘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타적인 마음prosocial motivation을 만날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폈습니다. 두 요인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을 살펴본 것이지요.


다양한 직군의 직장인들을 살핀 후, 그랜트 교수는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첫째,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며 즐기는 이들은 일에 끈기를 발휘하며 자발적으로 더 오래 일한다. 좋은 성과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하며 실제로 생산성도 월등히 높다.


둘째, 이런 좋은 결과들은 타인에게 도움과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려는 노력을 기울여 일할 때 더욱 크게 나타난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내적 동기와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이라는 두 요인이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좋은 결과가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나 자신만을 위할 때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위하는 선한 행동을 함께할 때 의미와 자부심을 더 많이 느끼는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우리 마음은 그렇게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일에서 의미와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면 시야를 넓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마음과 에너지를 써보라고 권합니다.


자신을 뛰어넘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좀 더 큰 목적broader purpose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일의 의미를 강화하고 성공하고 싶다면 나 자신의 성장이나 목표의 실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우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지를 함께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입니다.   



만일 당신이 성공을 위해 남을 돕는 행동으로 손해 보진 않을지 불안해하며 이타심을 좁히고 있다면, 연구자들의 주장을 기억하며 마음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일의 의미와 성공은 나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도와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를 모두 가지고 있을 때 가장 굳건해집니다. 


*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청림출판), pp.85-93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참고문헌> (순서대로, 저자와 제목만)

* Hagmaier, T., & Abele, A. E. (2012). The multidimensionality of calling: Conceptualization, measurement and a bicultural perspective.
*Hunter, I., Dik, B. J., Banning, J. H. (2010). College students’ perceptions of calling in work and life: A qualitative analysis.
* Allan, B. A., Duffy, R. D., & Collisson, B. (2017). Helping others increases meaningful work: Evidence from three experiments.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 Grant, A. M. (2008). Does intrinsic motivation fuel the prosocial fire? Motivational synergy in predicting persistence, performance, and productivity.
* Martela, F., & Pessi, A. B. (2018). Significant work is about self-realization and broader purpose: Defining the key dimensions of meaningful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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