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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Oct 22. 2019

영화 <신과 함께>에서 기억에 남는 한 마디

+ 배우 하정우의 조언

아들의 추천으로 영화 <신과 함께> 1편을 보았다. 올해 초쯤이었던 것 같다. 극장에서 개봉한 지 한참 지나 집에서 TV로 보았다.  


인간이 죽고 나서 49일 동안 일곱 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다. 영화에서 사람들, 즉 망자는 7개의 지옥을 통과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를 보다 유독 크게 들린 대사가 하나 있었다. 7개 지옥 중 "살인 지옥"의 심판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었다.


저승사자들은 목숨을 직접 해한 것뿐 아니라,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상황을 만든 것도 살인에 해당된다며 간접 살인의 위중함을 강조한다. 세 명의 저승사자 중 하나인 '해원맥'(주지훈 역)이 말한다.  


그러니까 인터넷 댓글 같은 거 함부로 달면 안 돼!
기록 다 남아!




요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싶었다.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내가 한 말, 내가 쓴 글이 어딘가에 다 남는다... 라니.

여운이 깊게 남았다.


영화를 추천한 아들 녀석과도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주 수업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도 전했다. 사람은 누군가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싫을 수도 있다. 그래서 비판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잘못이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과장하며 비난하고, 조롱하고, 비꼬지는 않도록 하자고. 그거 사람 마음 너무 많이 아프게 하는 거다,라고.


비난, 조롱, 과장, 비꼼, 악담이 나쁘고 위험한 것은 그 칼날이 상대방을 향해서만은 아니다. 그런 말을 하는 내 마음도 일그러뜨린다. 상대를 찌르는 만큼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악惡'해지는 것이다. 내 마음과 생각이 악해지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의 밀도와 강도를 더 높인다.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를 읽었다.



내용 중 반가운 부분이 있었다. 하정우 씨는 위에 언급한 장면과 대사를 영화에 꼭 넣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극장에 온 관객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내뱉는 순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세상을 떠도는 말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언령言靈'이라 부른다. 언령은 때로 우리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권력을 증명해 보이고, 우리가 무심히 내뱉은 말을 현실로 뒤바꿔놓는다. 내 주위를 맴도는 언령이 악귀일지 천사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189쪽)


정말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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