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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Aug 18. 2019

사무실 이사

새로운 출발

지난주에 사무실을 이사했다.

이사를 준비하고 짐을 정리하며 지난 몇 년간을 돌아보았다.




2014년 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독립을 했다.

"하유진 심리과학연구소"를 시작하며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인 상담과 코칭,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명의식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책 <내가 이끄는 삶의 힘>을 썼다. 책을 쓰는 건 논문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기업에도 학교에도 속하지 않은 채 세상에 나와 혼자 사업을 시작한다는 긴장감이 컸다. 외롭기도 했다. 열심히 일했다.


내가 이끄는 삶의 힘(토네이도, 2016)


1년 후 2015년.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는 다른 사무실로 이사를 했다. 처음보다 조금 더 큰 공간으로 움직였다. 이곳에서 두 번째 책 <나를 모르는 나에게>를 썼다. '책세상'을 통해 2017년에 출간이 되었다. 같은 해 7월 이곳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 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승낙을 받고, 첫 글을 올리며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책을 쓰면서 상담과 코칭, 교육 등 일도 열심히 했다.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에서 심리학 강의를 시작했다. 학교 강의는 연세대학교에서 3년 동안 수업을 한 후 잠깐 쉬고 있었는데, 다시 청춘들을 만나 소통하게 되어 기뻤다. 열심히 일했다.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2017)


2년 후 2017년.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있는 다른 사무실로 두 번째 이사를 했다. 세 번째 사무실이다. 두 번째 사무실보다 조금 더 큰, 햇볕이 잘 드는 공간을 마련했다. 책장을 더 마련하고 책과 논문을 가지런히 꽂으며 마음이 뭉클했다. 이곳에서 세 번째 책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을 썼다. '청림출판'을 통해 올해 2019년에 출간되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강의했다.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청림출판, 2019)




그리고 지난주, 2019년 8월. 

세 번째 이사를 했다. 네 번째 사무실이다. 이전보다 조금 더 큰 변화가 있었다. 원래 일하던 곳과 떨어진 다른 건물로 옮겼다. 이번에도 사무실 크기를 조금 더 넓히게 되었다. 건물까지 바뀌니 완전히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이다. 조금씩 발전한다는 기쁜 마음도 있고 앞으로 이곳에서 해나갈 일에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5년 전 처음 사무실을 마련하고 일을 시작할 때의 긴장감이 다시 들기도 한다.  


지난번 글에서 나 자신을 "뚜벅이"로 표현했다. 뛰면서 성큼성큼 나가는 방법은 잘 모르고 늘 우직하고 신중하게 걸어가는 뚜벅이. 나는 이곳에서도 내 속도로 꾸준히 걸어 나갈 것 같다. 좋은 일이 있어도 자만하지 않고 다음 날이면 다시 뚜벅뚜벅, 실망스러운 일을 겪어도 또다시 일어나 뚜벅뚜벅. 힘들고 지치면 잘 쉬었다가 다시 뚜벅뚜벅. 나를 찾아오는 이에게 마음을 담아 상담과 코칭을 하며 돕고, 일의 의미와 가치를 전하는 강의를 열심히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그렇게. 경험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조금 더 깊고 풍성하게.




새로운 사무실에 앉아 119번째 글을 썼다.

돌아보니 지난 5년간 힘든 시간 속에서도 꾸준히 걸어왔다. 지금부터 1년 후, 5년 후에는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궁금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고 싶은지부터 잘 생각해봐야겠다. 열 걸음 나가고 싶다면 최소한 열 번은 발을 땅에서 떼내어 움직여야 한다.


방향을 잘 잡고, 중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가다가 1년 후, 5년 후에 오늘을 생각하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우선 내게 주어진 일을 하나씩, 정성껏 해나가려 한다. 당장 내일 있는 중요한 미팅부터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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