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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Dec 08. 2019

사기병_윤지회

저자 윤지회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로, 한 남자의 아내로, 두 돌 아기의 엄마로, 부모님의 딸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다.


위암 4기.

2018년 3월, 병원 나이 38년 2개월 때였다. <사기병>은 위암 4기에 맞선 저자의 투병기다.



생의 큰 변화 앞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얼마나 남은 걸까? 위암 4기 1년 생존율은?"  


초보 육아 시절에는 아들이 빨리 컸으면 했는데, 이제 볼 수 없는 시간이 많아지니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 소중한 시간이 영원할 거라고 믿었다. 나는 왜 진작 몰랐을까? (pp. 42-43)


암을 절제하는 큰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치며 우울과 공황을 겪기도 하지만 <악착 발랄 투병기>라는 책 설명처럼 저자는 자신의 방법으로 싸운다. 조금씩 정신이 들 때마다 30분씩, 한 시간씩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몸 상태가 회복된 어느 날 믹스커피 한 잔을 마시며 깊게 감사한다. 잃어가는 것은 아쉽지만, 작고 좋은 일에 "야호!"를 크게 외치며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내게 힘이 된 말들>

- 가볍게 꾸준히 보내주는 안부 문자

- "힘내지 않아도 돼."

- "네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몰라서 미안해."

- "말해줘서 고마워."

- "지금 잘하고 있어. 잘해 왔어."

- "멀리서나마 항상 응원하고 있어."


<가끔 힘 빠지게 했던 말들>

- 신앙 전도

- "위암은 잘 낫는대."

- "억지로라도 먹고 힘내야지."

- "잘 지내고 있지?"

- "요즘 암은 별거 아니래."

- "몇 기인지가 뭐가 중요해." (pp. 98-99)


누군가를 위로하고 응원하려 할 때 기억하고 조심해야 할 내용이다. 해당 페이지에 별표를 하고 밑줄을 그으며 마음에 새겼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1년 안에 재발할 확률이 80%라는데, 살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80% 확률을 지나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독자로서 저자를,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를 응원하는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생각해봤다. 이렇게 전하고 싶다.


"윤지회 작가님, 좋은 책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힘드셨지요. 그런데 정말 멋진 책을 만드셨어요. 작가님의 투지와 의지가 가득한 책 사기병을 주변에 많이 알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책도 기대하겠습니다. 나오자마다 초판 1쇄로 사겠습니다. 작가님을 멀리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사기병》 (웅진지식하우스)




윤지회 작가님의 생애 마지막 책. <도토리랑 콩콩>

1년 전, <사기병>을 읽고 알게 된 윤지회 작가님. 그림과 글에 표현된 맑고 선한 느낌이 참 좋았다. 암이라는 힘든 병을 잘 이겨내시길, 부디 건강 회복하시길 기원했는데.. 지난 9일(2020.12.09)에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투병 중에도 기운이 날 때마다, 정신이 또렷할 때마다 조금씩 쓰고 그려 한 권의 동화책을 완성했다.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사랑하는 건오에게"로 시작하는 <도토리랑 콩콩>. 건오는 윤지회 작가님의 아들이다. 툭, 눈물이 흘렀다. 삶과의 이별, 아직 어린아이와의 헤어짐이 얼마나 아팠을까.
.

요 며칠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윤지회 작가님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끝까지 품은 글과 그림에 대한 사랑, 최선을 다해 충실했던 삶의 모습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부디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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