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너 자신이 되어라"(Just be yourself)
자신을 찾아야 한다고,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 혹은 너 자신(self)은 무엇을 말할까?
자기 자신을 알고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잘 아는 것은 왜 중요할까?
self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 정의하고, 자신에 대한 이해의 정도와 삶의 의미와의 관련성을 살펴본 연구가 있다. 연구자들은 true self(진실된 자아)와 actual self(실제적 자아) 두 가지 개념을 다룬다.
True Self는 한 사람의 고유한 천성이자 특성과 관련이 있는 자아다. 사람들이 모인 사회적 상황(social setting)에서는 다르게 행동하기도 하지만 사실 "진실된 내 모습은 이런 거야"라고 여기는 특성들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나 행동하고 싶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숨기게 되고, 편하고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만 드러내곤 하는 성격과 특성이다. '당신은 정말 어떤 사람인가(who you really are)'라는 질문에 대해 내적 성찰을 통해 내놓을 수 있는 자신만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Actual Self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자주 보이곤 하는 특성과 모습들이다. 있는 그대로의 편안한 모습이 아닌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보이고 행동하는 모습과 관련된다. 혼자 있거나 소수의 사람과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내향인 사람이 외향인 것처럼 보이려고 혹은 인맥을 넓히려고 사람들을 만나 억지로 크게 웃으며 얘기하는 경우도 한 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잘 보이기 위해 만든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True Self vs. Actual Self
우리에게는 둘 다 있다. 나만의 고유한 특성 그대로인 '진실된' 자아도 있고, 상황에 따라 진짜 나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실제적' 자아도 있다. 두 자아가 일부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속 모습과 겉모습이 완전히 일치한 True self = Actual Self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두 자아 중 어떤 것을 더 잘 알고 있는가에 따라 삶의 의미 수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를 살펴보자.
다섯 번의 조사와 실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신의 진짜 모습(true self)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삶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느끼고 있었다. 부정정서도 낮았다. 자신의 정말 모습과 특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만 알고 있는 나', '정말 나'의 모습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관계없었다. 진실한 자아에 대한 이해가 중요했다.
반면에 사회생활을 위해 만든 자기 모습인 실제적 자아(Auctual Self)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대부분 삶의 의미 수준과 관계가 없었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신경 쓰고 아는 것은 삶을 의미 있게 여기는 정도와 관계가 없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 본 결과 특이한 점이 보였다.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 나와는 달라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스스로 좋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한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자존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조용히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때로 사람들을 이끌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융통성이나 유연함과 관련된 행동이다. 억지 모습과는 다르기에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보이기 위해 정말 나 자신과는 다르게 행동하는데, 그 모습을 스스로 싫어하기까지 하는 경우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거짓과 억지 행동을 하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이거는 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러고 살고 있을까..
나는 가면을 쓰고 사는 것 같다..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인간이다..
사람들이 아는 내 모습이 싫은데, 여기에 더해 정말 나, 나만 아는 나에 대한 이해는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삶이 힘들어진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편안해하는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상황에 따른 억지 모습으로 살다 보면 후회하는 마음이 들고 자책감이 커진다. 자신감도 자존감도 떨어진다. 삶의 의미를 잃어가며 공허해진다. 행복과는 당연히, 거리가 멀어진다.
정리해보자.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며 삶이 의미 있다고 여기기 위해서는 나만의 특성과 성격을 잘 이해해해 주는 게 필요하다. 자신의 True Self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밖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신경 쓰고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좋게 보일지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곤 한다.
저 사람은 날 어떻게 볼까?
나는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게 보일까?
자신과는 동떨어진 엉뚱한 모습으로 살곤 한다. 누군가 혹은 상황이 요구하는 것을 맞추는 의무적 자아(should self)만 커진다. 중심이 없는 채로 '누군가 하라고 하는 것' 또는 '해야 할 것'만 해 나가는 것이다.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씁쓸하고, 기운이 빠진다. 내 삶은 의미 없는 하찮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로워진다. '나를 제일 외롭고 힘들게 하는 건 누구지?'에 대한 답이 '바로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나만의 고유한 성격과 특성인 True Self를 이해해주자. '진짜 나'에 대한 이해는 빠를수록 좋다. 폭과 깊이는 넉넉할수록 좋다. 자신의 진짜 특성과 모습에 대해 많이 알수록 좋다는 의미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바라는 게 있다면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을 먼저 하는 게 순서다. 내 안쪽 모습을 살피고 알아주자.
True Self에 대한 이해가 탄탄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Actual Self의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 가짜나 억지가 아닌 아닌 긍정적인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True Self와 Actual Self의 차이와 간격을 좁혀가며 안과 겉, 내면과 외부의 조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삶의 의미와 자존감, 행복감은 이런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겉모습에 신경 쓰며 억지 모습으로 사는 대신 자신을 알아주고 위해주어야 하는 이유다. True Self에 다가가가며 나 자신과 좀 친해져보자.
* 참고문헌
Schlege, R. J., Hicks, J. A., Arndt, J., & King, L. A. (2009). Thine Own Self: True Self-Concept Accessibility and Meaning in Lif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6, 473-490.
*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 yes24 : MD편집회의 엄선 신간 선정
* 교보문고 : 2017년 8월 탐나는 책 16선 / 오늘의 책(8월 8일) / 한권만 산다면 이 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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