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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Oct 19. 2017

자기소개서의 기본

얼마 전 기사를 하나 봤다. '넥슨 인사담당자에게 듣는 입사 노하우'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인사담당자들이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는데, 전체 4가지 중 3가지 항목은 이랬다.

1. 자신이 잘하고 원하는 것 파악이 우선

2. 자기소개서는 분량보다 임팩트

"인사 담당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자기소개서를 모두 읽어봐야 하는 만큼 보다 눈길을 끌고 차별화된 자기소개서를 조금 더 집중해서 읽게 된다." / "글자 수 등 정해진 분량을 반드시 채울 필요도 없다. 오히려 간결하게 쓰고 싶은 내용만 작성하는 것이 더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3. 포트폴리오는 장점을 명확하게


사실 '넥슨'에만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다. 어느 회사에서나 지원자들에게 비슷한 내용을 요구한다. 최근 갑자기 중요해진 내용도 아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기인 25년 전부터 계속 강조되는 내용이다.

이 상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 위 내용이 자기소개서와 관련해 언제나+어디서나 중요하다는 것. 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잘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려워서일까, 잘 몰라서일까.   

나는 인사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수천 명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제출한 자기소개서까지 합하면 숫자가 훌쩍 늘어난다. 많이 읽었고, 매번 평가했다. 기사를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취준생과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참고하면 좋을 내용으로 어떤 것이 더 있을까. 사회생활 선배로서 나는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혹 도움이 될까 싶어 내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주의하면 좋을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대부분 이해도 실천도 어렵지 않은 기본적인 내용이다. '뭐야 다 아는 내용이잖아'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을 갖춰야 지켜야 바탕이 단단해지고 그 외의 것들이 살아난다. 실제로 아래 내용을 참고하여 자기소개서를 수정, 보완한 후 서류심사에 통과한 이들이 적지 않으니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1. 자기 이해가 가장 먼저

책 ≪나를 모르는 나에게≫에서도, 이 곳 브런치에서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세상을 향해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귀사가 찾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하고 소개하려면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알지 못하면 제대로 소개할 수 없다. 자신감도 없고 지원하는 업무에 대한 의지도 부족하니 자기소개서가 두루뭉술해질 수밖에 없다.


많게는 수천 명의 지원서를 짧은 시간에 검토해야 하는 인사담당자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보통 2분-5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2분-5분'은 관심이 가는 이력서를 '천천히' 보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결정은 대부분 10초-20초 사이에 이루어진다. 20초 이내에 둘 중 하나로 결정된다. 바로 탈락이냐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볼 만한 지원서냐. 후자인 경우 다시 읽어보며 면접 여부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분-5분 정도인 것이다(경우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내 경험과 인사담당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그렇다). 다시 말해, 내가 쓴 자기소개서가  많은 지원자들의 서류를 오래 검토하며 피로와 부정적 정서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인사담당자의 관심을 20초 내에 끌고 최대 5분 내에 긍정적인 결정을 내리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엇, 이 서류 괜찮군. 천천히 다시 한번 읽어볼까?' 혹은 '이 친구는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야겠군!'  이렇게 말이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구체적으로 쓸 수 있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잘하고 원하는 것 파악이 우선'이라는 말을 기억하며 자기 자신을 파고들어야 하는 이유다.

 

2. 자기소개서에 강조하고 싶은 항목을 정하자

- 본격적으로 내용을 쓰기 전에 지원하는 회사와 부서, 회사에서 요구하는 job description을 꼼꼼히 검토하자. '아, 이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을 찾으려 하는구나' 하는 판단이 설 때까지 분석하자. 분석이 끝나면 내가 가진 것 중 어떤 것을 강조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자. 내가 가진 강점, 지식, 경험, 역량, 특성, 신념, 가치관 중에서 강조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세 가지에서 최대 다섯 가지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 항목을 정했으면 지원하려는 회사 및 업무와 내가 강조하려는 내용이 잘 연결되는지 검토하고 '됐다'는 판단이 들면 살을 붙이자. 항목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더해가는 것이다.     


3.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제대로 강조가 되었는지 검토하자

- 대학교에서 강의할 때 늘 자기소개서 과제를 내주었다. 학생들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양이 많아도 모두 꼼꼼히 읽었다. 내용 중에 중요하거나 기억할 만한 부분이 나오면 밑줄을 치고 메모를 했다. 한 명 당 적어도 두, 세 가지는 찾으려 했다. 그런데 매번 비슷한 일이 생겼다. 밑줄을 칠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는 자기소개서가 종종 등장한다는 것.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없다. '이 친구에게는 이런 경험이 있구나, 이런 특별한 부분이 있구나' 하며 밑줄을 치고 따로 기억할만한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분명 기특한 점, 훌륭한 점, 기억할 만한 점이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시 읽어보면 그때야 어렴풋하게 보인다. '아니, 이렇게 좋은 점, 기특한 부분, 자랑해도 좋을 내용을 왜 이렇게 평범하게 적었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여러 번이다. 평범하지 않은 내용을 평범하게 적어버린 탓이다. 여러 항목을 순서대로 그저 나열하고 늘어놓아버린 것이다. 특이한 점, 강점과 역량을 긴 문장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게, 잘 안 보이게 만들어버려서 그렇다.


- '분량보다 임팩트'라는 말을 기억하자. 임팩트를 주려면 평범하고 지루한 나열과 서술은 피해야 한다. 문장과 단어를 강조할 수 있는 수단은 여럿이다. 항목에 번호를 붙일 수도 있고, 두꺼운 글씨(볼드체)를 사용할 수도 있다. 밑줄, 큰 따옴표, 작은따옴표, 이탤릭체, 줄 바꿈, 큰 글씨 등도 있다. 잘 선택해서 강조할 부분은 확실하게 강조하자. 몸도 마음도 바쁜 인사담당자가 당신의 글을 위에서 아래로 '주욱' 읽어 내려가도 눈에 딱!, 딱! 뜨일 만큼 분명하게 보여주자.  


4. 겸손은 잠시 내려놓자 

-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버려야 할 마음이 하나 있다. '겸손'

겸손은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태도다. 나를 내세우지 않으며 스스로 낮추는 자세, 중요하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과감하게 내려놓아야 한다. 회사가 탄탄하고 근무조건이 좋은 곳일수록 경쟁자는 많다. 그런 경쟁 속에서까지 겸손함을 발휘할 필요는 없다.

회사에서 필요한 건 일을 잘해줄 구성원이다. 서류심사를 통해 찾으려고 하는 건 '유능한' 사람이지 '착한' 사람이 아니다. 맡은 일을 믿음직하게 잘 해낼 사람, 야무지고 단단한 사람을 찾는다. 그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걸 보여주어야 하는 자료가 자기소개서다. 서류를 통해 회사와 인사담당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관심을 끌어야 면접 기회를 잡는다.


인사담당자는 나에 대해 전혀 모른다. 지원자는 수백, 수천 명이다. 장점과 능력을 또렷하게 강조해서 기재해도 수많은 지원서 중에서 보일까 말까 한다. '이게 뭐 특별한 거라고 강조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정도만 쓰면 알아서 이해해 주겠지' 하며 겸손하게 쓰면 약한 글이 되고 만다. '저는 합격보다 서류 지원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뽑아주셔도 괜찮습니다.' 하는 글.  '제게 부족함이 많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기회를 주시면..' 이런 태도와 표현은 위험하다. 지원자 수 하나 더 늘이고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 끝이다.

겸손은 잠시 내려놓자.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적임자라는 것을,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보여주자. 자신이 잘하는 부분, 열심히 노력해온 부분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자.    


5. 부사, 형용사 대신 숫자로 제시

- ''큰' 성과를 이루었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많은' 인원을 이끌었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큰' 발전이 있었다,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런 표현은 좋지 않다. 읽는 사람은 이게 얼마나 큰 성과인지,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얼마나 많은 인원을 이끌며 어떤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알 수 없다. 좋고 나쁨의 기준도 애매하다. 구체적으로 써야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숫자'로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인원을 이끌었다. -->  50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었다, 큰 발전을 이루었다. --> 전년 대비 40% 성장을 했다, 큰 수익을 올렸다 --> 2천만 원을 벌었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 100점 만점에 97점을 받았다' 등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읽는 사람이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신이 일도 잘하고 표현과 전달도 명확하고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함께 일할 사람이 갖추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6. 내가 쓴 글을 내가 검토해보자 

-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면 입장을 바꿔 검토해보자. 지원자가 아닌 '검토자'가 되어 읽어보는 것이다. 질문도 던져보자.        

'내가 인사담당자라면, 만일 내가 사장이라면 이 사람을 면접에 부르고 싶을까?'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을 만큼 내 글에 호감이 가고 궁금한 내용이 많은가?'

'100명, 1,000명의 지원자 중 단 10명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내 소개에 10명 안에 들어갈 만큼 특별하고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가?'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면 마무리해도 좋다. '아니다' 싶으면 수정, 보완해야 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기 쉽다. 후한 내가 봐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아직 많이 약하다는 뜻이다.


7. 똑같은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여러 회사에 보내면 안 된다

- 지원하는 회사와 업무가 달라지면 자기소개서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인사담당자들은 보면 바로 안다. '이 사람은 우리 회사를 정말 오고 싶어서, 우리 회사를 공부하고 생각하며 썼구나', 혹은 '흠, 이 자기소개서는 우리 회사를 포함해 다른 50군데, 100군데 회사에도 똑같이 보내졌겠구나. 그래서 나 말고 다른 인사담당자 50명, 100명도 읽겠구나'. 그러니까 '이 서류의 주인은 50개, 100개 회사에 똑같은 지원서를 보내고 '그중 하나만 걸려라!'는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성의가 없다고 느껴진다. 성의도 없이 지원하는 사람을 굳이 면접에서 만나 얘기를 나눌 필요는 없다. 안 그래도 지원자는 많다.

여러 회사에 같은 서류로 지원을 하다 보니 회사 이름도 바꾸지 않고 보내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 다른 경쟁사 이름을 적어 놓고 "귀사에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라고 쓰기도 한다. 바로 탈락이다. 읽으며 기분까지 상한다.


자기소개서 하나를 써 놓고 50군데 회사에 똑같이 보내는지, 아니면 우리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꼭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고민하면서 정성껏 내용을 채웠는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인사담당자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볍게 보면 절대 안 된다.


회사와 업무에 따라 자기소개서 내용 전체를 매번 다 바꿔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큰 뼈대를 놓고 지원하는 회사와 업무에 따라 몇 가지 항목, 표현 방법, 강조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쉽지 않고 번거롭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과정이다.  




서류를 준비하며 위의 내용을 채우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넥슨'의 인사담당자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내용인 면접에 대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준비된다.  

"공채나 신입은 완성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는 만큼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강점이 있으며, 무슨 일을 하기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글로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면 면접도 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자. 나에 대한 이해가 시작이다. 그다음 글(이력서, 자기소개서)과 말(면접)로 이어진다. 사회에 나가 도약하고 싶다면 먼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세상에 나의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은지 알아주자. 내가 이해한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평소에 반듯하고 논리적인 말과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은 필수다.




정리해보자.

1) 자기 이해가 가장 먼저

2) 자기소개서에 강조하고 싶은 항목 정하기

3) 내용 중에 강조하고 싶은 부분 확실히 강조 및 확인

4) 겸손은 잠시 내려놓자

5) 부사, 형용사 대신 숫자 사용

6) 내가 쓴 글 입장 바꿔 내가 검토

어렵지 않다. 기본을 지키며 조금만 더 정성을 들여보자. 정성을 들인 만큼 분명 더 좋아진다.



*Home - 하유진심리과학연구소

*Mail - grace@hainstitu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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