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녀석이 슬픈 얼굴로 물었다.
“어머니, 남자는 크면 군대에 가야 한다면서요?”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경어를 배우면서부터 나를 엄마가 아닌 ‘어머니’로 부른다).
“응, 그렇지.”
“그럼 저도 가야 되는 건가요..?”
“그럼~ 가야지.”
“군대에 가 있는 동안은 어머니와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건가요? 잠도 계속 집 밖에서 자고요?”
”응, 부대에서 훈련받으면서 다른 군인들과 함께 지내야 하지.“
아들은 무서울 것 같다고, 나이를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아들 녀석은 이제 중학교 3학년이다. 키도 많이 자랐고, 얼마 전부터는 면도도 한다. 마음도 많이 자랐는지 이제는 군대 얘기가 나와도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어떻게 지내냐는 걱정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입대하면 자기는 사격을 잘할 것 같다고, 사격을 잘해서 상을 꼭 받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며칠 전 장병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짧은 머리, 군복, 군화, “네, 그렇습니다!” 하는 씩씩한 대답. 간식으로 나온 귤과 초콜릿을 맛있게 먹는 모습. 우리 아들도 몇 년 후 어느 날이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이전에 학교에서 수업했을 때도 생각났다. ‘저 다음 학기에 입대합니다. 걱정도 되고 떨리기도 하지만 열심히 잘하고 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전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곳에서 이렇게 지냈겠구나.. 싶었다. 내 앞에 앉아있는 짧은 머리 장병들에게 더욱 마음이 갔다.
강의 주제는 “인문학을 통한 공감과 이타심.”
공감이 무엇인지, 감정이 무엇인지, 감정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나눴다. 타인과 대화할 때는 말과 함께 마음을 들어야 하며, ‘내가’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나만’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토론과 발표를 통해 알아나갔다. 나눔과 배려의 긍정적 효과를 몇 가지 연구결과를 통해 생각해보며 마무리.
잠깐 얘기를 나눠보니 어떤 이는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고, 어떤 이는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말은 같지만 내용은 다른 답답함이었다. 어떤 마음인지 둘 다 이해가 됐다.
날이 매일매일 추워진다. 모쪼록 장병들 모두 건강 조심하며 군 생활도 인생살이도 잘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자신을 알아주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배려하는 청춘으로 살아가는데 어제 함께 나눈 시간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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