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berate Practice(딜리버릿 프랙티스).
신중하게 계획한 훈련.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신의 능력과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집중해야 할 부분을 판단, 선택하며 진행하는 연습을 뜻한다. '의식적인 연습'이라고도 부른다.
이 용어는 '전문가와 전문성(Expert & Expertise)'에 대해 연구하는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 교수와 동료가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여러 음악가들을 살펴보며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이 향상되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연구 결과 에릭슨 교수가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신중하게 계획한 훈련(delibeate practice)이다. 이들은 강한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나 목표에서 현재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떤 점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잘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은 어디인지 등을 스스로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훈련과 학습의 방법과 시간을 달리하고 있었다. 무조건 오랜 시간을 연습하고,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 수준과 상황에 대한 이해와 집중 연습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판단이 분명했고, 주변 사람에게 피드백을 구하는 태도를 보였다. 실력이 꾸준히 향상되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방법으로 집중해서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다. 이는 악기연주 뿐 아니라 춤, 노래, 공부 등 여러 영역에 적용된다.
방탄소년단.
2013년에 데뷔한 남자 그룹이다.
이들이 세우고 있는 기록은 대단하다.
'DNA'가 미국 빌보드 2017 베스트송 49위에 선정되었고, 일본 오리콘 차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뮤직비디오는 1억 8천만 뷰를 돌파했다. 후속곡인 Mic Drop은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28위에 올랐고, 뉴욕타임스에서도 이들의 움직임을 주목하는 기사를 실었다. 달성하기 어렵다는 1억 뷰가 넘는 뮤직비디오가 11개나 된다고 한다(2017. 12. 17. 현재 기준).
나는 이들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도 '방탄소년단?'하고 넘기곤 했다. 그러다 2주 전에 '불타오르네'와 'DNA'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다. 노래와 랩, 춤이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무대 위에서 직접 공연하는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져서 동영상을 찾아보니 이들은 무대 위에서도 매우 열심이었다. 자신이 카메라에 크게 비취던 그렇지 않던, 장소가 어디건 관계없이 공연에 흠뻑 몰입해 움직였다. 매번 최선을 다해 자신들을 쏟아붓고 있었다. 물론 내가 이들의 모든 공연 동영상을 다 찾아서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본 모습들은 그랬다.
궁금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진심으로 춤추고 노래하게 할까?
어떤 과정을 거쳐왔을까?
화려하게 보이는 뒷모습에는 어떤 시간이 숨어 있을까?
우연히 멤버 중 하나인 '제이홉'이 춤을 연습하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Deliberate Practice를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운 동작을 집중 반복하며 연습하는 모습. 한 동작을 익힌 후 다른 동작과 연결하고, 다시 연습하고 다시 연결하여 확장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무조건 시키는 대로 반복하며 오래만 하는 연습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며 발전시키는 연습. 아래 동영상이다. 신중함과 간절함이 진하게 담겨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CTTl3D5LM
관련한 동영상이 하나 더 있다. 아마 방탄소년단의 팬 중 한명이 편집한 듯하다.
동영상은 춤을 연습하면서 가지고 있는 마음을 자신과 팬들에게 하는 말로 시작한다.
"데뷔 3년 만에 첫 인트로를 한다. ... 나를 기다리고 기대해주는 분들에게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잘 어울려내고 싶고.. 평소에 1시간 연습했다면 요즘은 짬을 내서 두세 시간 더 연습을 한다..."
데뷔 3년 만에 드디어 인트로를 담당하게 된 소감, 잘하고 싶다는 마음, 잘 해내겠다는 다짐과 간절함이 담겨 있다. 이어서 연습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고, 최종 결과물이 완성된 영상이 나온다. 그런데 앞에서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동작은 중간에 아주 잠깐 흐르듯 지나간다. 제이홉은 그 한 장면을 위해, 그 짧은 한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 거였다. 다른 어려운 동작들도 많이 있던데, 전체 내용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치열하게 deliberate practice를 했을까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Gtgj2l6nxS4
제이홉은 동영상에 있는 곡뿐 아니라 모든 곡을 이런 자세로 연습하며 실력을 쌓아왔을 것이다. 마침 동영상을 보게 되어 제이홉을 예로 들었을 뿐이지, 다른 멤버들 모두 deliberate practice를 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준 춤, 노래, 랩, 무대 매너 등을 보면 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 꾸준히 성장,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또렷하게 보인다.
데뷔 초기 이들이 발표한 곡 중에 "진격의 방탄소년단"이라는 노래가 있다. "방탄소년단이 진격한다면 어떨까?"로 시작하더니 "우리를 모른다면 잘 알아둬!"라고 외친다. 알아주는 사람도 많지 않고 가진 것도 없지만 훗날 자신들의 음악으로 세상에 우뚝 서겠다는 외침과 다짐이다.
'두고 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들은 해냈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니 잘 봐 둬라, 보여주겠다"는 당찬 외침을 치열한 노력으로 이루어냈다.
처음 뭉친 일곱 소년이 자라나 어느덧 멋진 청년이 되었다. 음악과 춤에 대한 고민과 투지, 그로 인한 전진은 계속될 것 같다. 이들은 새벽까지 춤과 노래를 연습하고도 새로운 곡을 만들기 위해 또다시 작업실로 간다고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스스로 잘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가 강렬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혹독한 대가를 기꺼이 치르는 청년들이다.
deliberate practice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단기간이라면 그렇다. 어려운 것은 이런 훈련을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하는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아도,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어도 계속하는 건 정말 어렵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중간에 포기한다. 학자들은 deliberate practice를 10년 동안 지속하면 해당 영역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10년의 법칙, 1만 시간의 법칙이다. 하루에 3시간을 집중해서 훈련하면 10년 후 전문가 수준에 이룰 수 있다는 뜻인데, 이들은 하루에 14시간을 연습했다고 한다. 지금 화려하게 주목받고 있는 모습 뒤에는 피 땀 눈물을 흘린 오랜 기간이 단단히 서 있다. 쉽고 편하게 이루어낸 결과가 아니기에 이 상황을 기쁘게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이전에는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 두고 봐라"라고 세상에 외쳤다면 이제는 방탄소년단을 향해 '앞으로 너희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시기와 질투가 많은 세상이다. 내부적으로도 문제는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공적으로 잘되었을 때 발생하곤 한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일 수도 있다. 모쪼록 몸 관리, 마음 관리 잘 하고, 말 조심, 행동 조심하며 오래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들을 보며 자신의 현재가 암울하고 미래가 두려운 청춘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빛나는 모습을 보면 상대적으로 자신은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나랑 비슷한 나이인데 저들은 저렇게 성공을 하고.. '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지 말자. 방탄소년단도 시작은 매우 미약했다. 데뷔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몹시 컸다고 말한다. 멤버 중 '지민'은 데뷔 전에 탈락의 위기를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자꾸 '넌 아니다' '넌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 들으며 맘고생이 얼마나 심했을까 싶다. 가까운 연습생들이 이미 멤버로 확정된 상황에서 자신만 계속 거절을 받는 건 심장이 쪼그라들고 눈물이 나는 일이다. 매번 테스트 때마다 피가 마르는 듯한 긴장을 했을 것이다. 지민은 이런 상황을 연습으로 이겨낸 듯하다. 춤을 가르치는 선생님과 다른 멤버들 모두 지민을 연습벌레로 꼽는다. 만일 반복되는 탈락 과정에서 그만둬버렸다면 지금의 '지민'은 없을 것이다. '난 이걸 꼭 하겠다'는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deliberate practice를 치열하게 지속했기에 방탄소년단에서 큰 역할을 해내고 있는 '지민'이 존재한다.
이들의 과정과 빛나는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자. 중요한 건 당장 뛰어난 재능의 유무보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에 오랜 시간 동안 치열하게 매달리는 것이다. 거절을 당하고 고비를 만나고 무시를 당해도 '이 일에서 승부를 내보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deliberate practice를 지속하는 것이다. 목표를 세우고 현재 상태와 발전의 정도를 정도를 점검하며 피 땀 눈물을 흘리는 시간을 쌓아보자.
에릭슨 교수는 말한다.
"실력에 재능이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1)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2) deliberate practice를 시작하고 3) 꾸준히 지속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능력의 수준을 높히는 데에 재능과 노력이 기여하는 역할의 차이는 없어진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모두 deliberate practice를 통해 전문가의 뛰어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원하는 것은 쉽게 오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의 시간도 쉽지 않았다. 마음도 몸도 힘들었을 긴 과정을 버텨온 노력과 결실에 박수를 보낸다. 나아가 우리 사회 많은 영역에서 또 다른 방탄소년단의 치열한 모습과 더 많은 좋은 예가 나타나면 좋겠다. 그 좋은 예가 이 글을 나누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 전문가를 연구한 에릭슨 교수에 따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치열하고 꾸준한 연습은 재능을 뛰어넘는다.
나는 어디에서 빛을 발하고 싶은 사람인지 알아주자. 신중하고 영리하게 훈련해보자. 누가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며 몰입하는 훈련. 지금 남들보다 뒤처져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끈기 있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당신도 빛나고 싶은 곳이 있는가? 될까, 안될까를 의심하지 말고 Deliberate Practice 해보자.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과 결실을 분명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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