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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Apr 10. 2018

현재의 나 vs. 미래의 나

현재를 안아주고 앞으로 나아가기


현재의 내 모습과 미래에 희망하는 내 모습 그려보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현재의 내 모습은 어떤지 생각해보고, 그와 관련해 미래에 희망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A4 크기의 종이를 접어 6개의 면을 만든다. 왼쪽에 3개, 오른쪽에 3개. 그리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나타내는 그림을 그리면 된다. 왼쪽에는 요즘 자신이 크게 느끼는 상태나 상황을 표현하는 그림 세 개를 그리고, 오른쪽에는 왼쪽 그림과 관련해서 앞으로 바뀌거나 나아지기를 바라는 모습 세 개를 그린다. 앞으로 어떻게 변하면 좋을지, 어떻게 변할 것 같은지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여섯 칸을 다 채우면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서 스스로에게 설명을 해보는 것이다.  




나도 이 그림을 그려봤다. 30대 중반에 처음 해봤는데 대학원  수업 과제였다. 처음에는 뭐 이런 과제가 다 있느냐면서 투덜댔지만 차츰 진지해졌다. 화려하고 멋지게 그리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림 여섯 개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그림 안에서 내 마음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나 스스로 깊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래 사진은 그때 그린 그림이다. 잘 그리지 못하기도 하지만 미술을 정말 싫어하기도 한 내 그림은 몹시 단순하지만,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는 꽤 크다.  


현재 모습과 미래 희망하는 모습_하유진


먼저 현재를 나타내는 왼쪽 그림 세 개를 보면, 나는 제일 먼저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길을 그렸다. 그때 내 앞에 놓여있던 많은 길을 의미한다. 결정해야 할 문제가 계속해서 나타났고, 문제마다 선택지는 많고 복잡했다. 그중 하나를 고르는 건 어려웠다. 어느 길이 맞는지, 어디로 가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결정도 책임도 모두 내 몫이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두 번째는 물음표다. 그때 내 삶은 물음표로 가득 차 있었다.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왜 힘든 일이 계속 생기지? 인생이 원래 이렇게 힘든 건가?”

“내가 잘하고 있나? 아닌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나?”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열심히 노력하면 좋아질까?”
모르겠는데,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런 내 삶에 열매는 없었다. 세상에 열매를 내놓을 만큼 내 안에 무엇이 쌓여 있지도 않았다.  ‘나’라는 나무는 줄기도 가지도 모두 가늘고 약했다. 세월 따라 나이만 먹었지 속은 여리고 부실했다.


이런 상태를 표현하는 그림 3개를 종이 왼쪽에 그려 놓고 보니 내가 보였다. 


이게 나구나. 내가 지금 이렇구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 그런 내 모습이 속상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모습이고, 내가 만들어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싫은 면도 있었지만 인정하고 안아주기로 했다. 대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로 내가 바라는 모습은 한 방향을 정해 나아가는 것이었다. 삶에 선택 기준이 있기를 원했다. 방향을 잡고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사람, 저 사람, 이 말, 저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곧게 걸어가고 싶었다. 두 번째 바람은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물음표가 가득한 채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몰라서 자꾸만 늘어가는 물음표가 조금씩 깨달음과 안도의 느낌표로 바뀔 수 있기를 소망했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들을 잘 이겨낸 후 ‘그건 그거고, 저건 저거였어! 이건 이래서 이랬고, 저건 저래서 저랬던 거구나’ 하고 정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이런 삶을 살았구나! 이렇게 걸어왔구나!’ 하는 또렷한 느낌표를 가질 수 있기를 소망했다. 마지막으로는 약하고 부실한 나무, 작고 여린 나무를 크고 튼튼하게 키워내고 싶었다. 잘 자라면서 열매를 맺고, 힘껏 맺은 열매를 주변에 나누고 싶었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의지하며 기댈 곳, 한숨 돌리며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고 싶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고, 기준을 정해 올곧게 나아가고, 열매를 맺어서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못 그리는 그림을 끙끙대고 그리고 바라보고 연결하면서 깨닫게 된 부분이 많았다.   

내가 삶의 방향을 잡기를 원하는구나,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를 만들고 싶어 하는구나, 열매를 맺기 원하는구나.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조금씩 애를 썼다. 그때 시작된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음먹은 대로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나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간단한 과제가 나에게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수업 시간에 만난 학생들, 여러 일을 통해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도 이 방법을 권해주곤 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30대가 많이 언급하는 주제는 몇 가지로 나뉜다. 인간관계, 취업, 자존감, 외모, 돈, 스펙 등이 그것이다. 고민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표현 속에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미래 모습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내용이다.


20-30대들이 종이 왼쪽 칸에 현재 상황을 표현한 내용과 성격은 각자 다르다. 어떤 이는 어둡고 슬프고 답답한 반면에, 어떤 이는 밝고 활기차다. 요즘이 즐거울 수도 있고,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또는 이렇게.



그려보고 바라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지금보다 좋아지길 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좋아지길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알고 나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나를 위한 방향으로 행동도 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려보자. 현재를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 ‘그래, 지금 나는……’ 하며 가슴에 슬픔이 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에 희망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그래, 이렇게 움직여볼까' 하는 의지가 생겨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나밖에 없으니까. 


당신도 종이 한 장 준비해 여섯 칸으로 나누어, 현재와 미래를 표현하는 그림을 그려보면 좋겠다.  

그리고 알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 어떤 상황이든, 당신은 앞으로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마음속 바람을 알아주고, 한 발자국씩 나아가 보자. 그렇게 나를 위해 힘쓰는 시간이 모이고 쌓여 각자의 인생이 된다.  




*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2017)의 105-128쪽을 수정, 축약하여 정리해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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