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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Oct 06. 2024

뇌만 커진 도시인의 반성

9월 21일 극한 폭우 | 폭포수 소리

새벽 산책 일지를 점검해 본다.

목표로 한 30일까지 7일을 남겨 놓고 있다.

저장한 글을 하나씩 보니 내 발로 맨몸으로 산책하겠다고 나간 내 머릿속 생각이 너무 많다.

매  순간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록하고야 말겠다는 강박이 지금에서야 보인다. 사전에서 그 정의를 찾아서 내 마음을 다시 읽는다.

나는 살겠다며 쓰는 브런치에도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끼고 있었구나.

그래도 괜찮다.
다 살아 보겠다는 발버둥이니까.

강박 強迫
1. 남의 뜻을 무리하게 내리누르거나 자기 뜻에 억지로 따르게 함.
2.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낌.

강박적 성격 強迫的性格
심리 : 남의 뜻을 무리하게 내리누르거나 자신의 뜻에 억지로 따르게 하는 성질이나 품성.
+출처 우리말샘+


오늘의 키워드: 남을 생각하는 마음,
자연 앞에 겸허함, 그렇고 그런 날도 만족하기.


4시 42분 기상. 뭐 했더라 싶은데 20분 후 5시 2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아, 이런, 밤톨이 용변 봉지를 깜박해서 다시 올라간다.


문명인답게 챙길 건 챙깁니다.


날씨 앱에는 비가 는데 머리와 얼굴느껴진 건 이슬? 5시 5분, 밤톨이 응가한다. 남기고 싶은 순간, 네겐 사적인 순간, 그 사진을 또 놓친다.. 

자연의 부름. 사방은 어두웠다.

뒤처리 하러 폰 손전등을 다.


어두운 놀이터에서 태양 숭배 스트레칭하는 아주머니를 발견, 반갑습니다 소리치고 싶다.

어둠 속에서 만나는 사람은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왜 오둠 속 놀이터를 무서워하나. 모르겠다.




간밤에 11시까지 폭우가 왔다.


머리로 떨어지는 게 이슬인 듯, 어제처럼 장우산을 챙겨 오지 못한 것을 살짝 후회한다. 그래, 그냥 맞자. 머리는 감으면 된다.


어제는 자갈과 돌들이 어지럽던 횡단보도는 깨끗하게 씻겨져 있다. 토요일이었는데 주말 특근? 특근 수당 받으셨나, 별게 다 궁금하네.


단지 뒤에 일 년째 공사 중인 자동차 전용도로가 있다. 8월 말 끝난다더니 끝나지 않는다. 자재 확보를 못했나 산길 평평하게 만드기가 어렵나, 별게 다 궁금해졌다. 버스터미널까지 거리는 5 단축될 텐데.. 


5시 9분 노란불 깜박거리는 횡단보도를 지나간다. 초등학교까지 7분 만에 도착.


응가 정리, 마이크 기능 확인 이런 거에 시간 안 쓰고 걷는 거에만 집중했다면 더 빨리 도착할 일이지만,

오늘의 예보


긴팔 입고 나오길 잘했어. 23도~ 27도. 어제는  와도 이 기온까지 내려가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가을이 오니 정상이 아닌 듯해도 9월 마지막 주라면 이 날씨가 자연스럽지.


폭우와 보도블럭

5시 12분 빗물 때문에 횡단보도가 부서진 듯하다. 폴리스 라인은 낯설다. 수사 중 출입금지?

빗물인지 나쁜 사람이 한 건지 그 결과가 궁금해요.


폴리스 라인은 넘어갈 수  없으니까 돌아서 차도로 가요. 이런 일도 다 있다. 자연재해는 뉴스 화면으로만 보고 저거 저거 어째 어떻게 했지.



우리는 정말 한낱 미물이다. 빗물보다 약하다. 책상에 앉아만 있으뇌만 커지고 생각이 커지고 몸도 마음도 다 큰 것 같다.


자연은 겸손을 준다.


책상 앞에서 일기장을 펼치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혀 우주에 유한 존재가 된 양 뭔가를 쓰곤 했다.


팔 할이 실행하지 못 한 계획들만 다이어리에 끼적끼적.


그건 정말 착각이야,

쏟아지는  보다 못한 나, 혼자 뭘 그리 심각했나.




늘 뜨는 달, 오늘은 달이 없다. 구름이 으니까.

그래도 아쉽다. 골목 저 너머에서는 개, 늑대? 아우우 하는 소리를 듣는다. 도시에 늑대일리 없으니 엄청난 몸짓의 개일 것이라 추측한다. 한 주를 다녔는데 처음 들은 소리에 무슨 일인 궁금해진다.


아차차 무심코 버릇처럼 골목길로 들어서다 차와 대면했다. 나는 속도를 높여 코너로 가고, 차는 속도를 늦춘다. 위기를 모면한다. 밤새 내린 비로 꽤 넓은 웅덩이가 구나. 요리조리 피해서 걷는다. 물의 근원은 어디일까? 빌라 근처 하수구 맨홀이 다른 동네보다는 적어 보인다. 밤톨 넌 좋겠다, 발바닥이 내 엄지만 하니까 빗물은 탁탁 털면 되고.


부지런히 걸어서 5시 19분 바람개비동산 코스 진입.

옆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짖는 밤톨이를 대신해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강아지 변 봉지를 선물로 받으려고 그랬던가!?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봉지를 들고 나오셨어요? 했더니

'그냥 집 정리하다 나왔는데 우린 필요 없어서 누구든 필요하면 주려고 했지.' 무심하고 짧은 대답에

정은 뚝뚝 묻어난다.


그리고 깊은 정이 담긴 선물을 받은 오늘.


용변 봉지를 선물 받은 여운이 이리도 길다. 누군가를 위한 마음, 사람이, 사람이 좋아진다. 아주머니가 좋다.


그리고 난 그런 좋은 아주머니가 될 거야. 아니야 난 이미 아주머니인데,

좋은 사람일까?


자성에 이어 겸손 모드다.

자각해라 세상에 가르침 받을 사람이 천지다.




오늘 따라 앞길을 막는 줄이 많다


어라, 왜 여기가? 반환점까지 가는 길 앞에 줄막고 섰다. 오늘은 돌아가라네, 거기나, 기나. 

그런 날이 있다.


뒤돌아 다리가 이어진 곳을 찾으러 간다. 반환점까지 갈 수 있을까? 꽤 많이 지나왔다.


디딤돌은 기능을 상실했고 하천 바닥은 푹 파여서 폭포가 돼버렸다. 이 계절이 지나도 저 디딤돌은 계속해서 막혀있지 않을까. 이러다 그냥 집에 가야 될까? 5시 30분


당황스럽다. 덕에 생각이 많은 곳을 오간다.

    



아파트 문 걸어 잠그고 힘센 자연과  아무 상관없다며 살아온 시간들.


겸손과 겸허함을 배운다.

생각도 길어지고 산책도 길어질 것 같다. 5시 34분 되돌아와서 다리를 찾았다. 4분 동안 생각은 몇 년을 돌아 여기로 온다.



아하, 이 사진 찍으려 그랬구나라고 생각하자. 

이 다리는 나도 밤톨이도 처음 건너는 다리다. 

빛이 만든 마법이 난 좋다.








사료를 주세요, 어서

5시 39분 어두운 주위 덕분에 늘 가던 반환점에 다 왔는지 모르고 정자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올랐다.


5시 44분 정자에 올랐다.  내려가는 계단도 좋고 함께 가는 밤톨이도 예쁘다. 한눈에 렌즈에도 다 담기엔 부족하고 이렇게라도 내 기억을 더 연장한다.




거기서 보이는 전망은 넓고 아름답고 환하고 그림 같다.


바람개비 동산에서 빠져나오는 길, 아까 그 에인절, 배변 봉지를 주신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오프라인 버전 '당근 이웃'이다. 


예고도 없어 더 반가웠지.


캐러멜이라도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지. 답례를 못 한 게 마음에 걸린다. 어떤 코스로 다녀가셨을까 다시 다섯 시에 나오면 만날 수 있을까.



6시 13분에 일출이면 집에 도착할 때쯤이네. 일출, 월출, 월몰에 일몰도 있는데 해도 달도 보기 힘든 날이다.


비가 없는 날이라 그랬는데 내 이마를 때리는 건 그래. 그냥 이슬? 약간 더 굵다. 6시 3분, 나트 막 한 담장에 오래된 집을 지나왔다. 언젠간 이런 집이나 땅을 사서 살면 좋을까? 대중교통은 어렵지만 산책코스세권이다. 새로 지어야 하나, 돈도 없다며 공상은 가지치기를 한다.




6시 4분 반갑다 CU. 근데  24시 오픈이 아니니, 조금 의외구나. 편의점인데 말이야. 어쨌든 일출이 시작되기 10분 전인데 해는 나오나 보다. 구름만 꽉 차 있지만 밝아졌다. 해는 보는 날도 만족한다.




다시 마주친 폴리스 라인 때문에 차도로 간다. 앗 내가 역주행이네, 아니 사람인데? 신호등은 빨간불이었는데 파란불이 되고 나는 본의 아니게 차와 대치하고 지나온다.


밤톨이 목욕해야겠다. 이슬 같은 빗물이 좀 굵어져요. 안 그래도 왜 밤톨이 귀가 슬슬 접히나 했네? 그렇게 지금 시간 6시 9분. 단지 진입 완료

6시 15분 엘리베이터에서 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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