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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Jan 10. 2023

영어 소리 가득한 우리 집.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니 엄마표 영어의 핵심은 흘려듣기와 집중 듣기인 듯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어느 정도 수준까진 단어 스펠링을 몰라도 괜찮다는 것과 학습서가 선택이라는 것. 그리고 아이의 수준을 확인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영어를 못하는 엄마 입장에선 매우 반가운 멘트가 아닐 수 없었다. 두 가지만 힘을 주면 되니 얼마나 심플한가?


남편에게 동의를 구했다. 퇴근 후 TV 시청이 유일한 낙이었던 남편의 동의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정말 그게 되겠어? 라며 갸우뚱했지만 다행히도 나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았다.

 

무지했던 나에게 엄마표 영어를 그나마 수월하게 해 주었던 것은 공부방에서 사용했던 교재들이었다.  공부방을 다니던 시절 오디오 듣기용으로 구입해 두었던 'Arthur starter'는 참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CD부터 재생시켰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깨운다. 등교 전까지는 오디오 흘려듣기를 했다.


집중 듣기는 ORT로 시작하려 했으나 가격이 워낙 고가였다. 또 막상 시작은 했지만 얼마가지 못해 포기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선뜻 그 비용을 지불하기가 망설여졌다. 도서관 대여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워낙 인기가 많았던 탓에 ORT 대여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Triumphs'라는 미국 교과서. 이 책은 공부방 다닐 적 사용하던 교재이다. ORT처럼 단계별로 잘 나뉘어 있고 픽션과 논픽션이 골고루 섞여 있어 책 고르는 수고를 덜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공부방에서부터 사용을 했던 탓에 그냥 자연스럽게 이어가면 되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공부방을 다니는 동안 엄마표 영어에 대한 워밍업을 꾸준히 해왔던 듯하다.


영어영상은 '리틀팍스'를 이용했다. 아침 등교 전까지는 오디오 소리를 듣고, 학교에 다녀오면 작은 손가락으로 영어 단어를 짚어가며 집중 듣기를 했다. 집중 듣기가 끝나면 리틀팍스를 시청했다. 자막 없이 영어 영상을 보는 것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아이는 우리말  영상을 보고 싶어 했고, 그것이 안된다면 자막을 켜달라고 했다. 그때마다 앵무새처럼 NO를 외쳤다. 엄마의 단호함에 아이는 적응했다. 둘째는 어렸기에 그냥 그 환경에 젖어들었다.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고부터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 집에서 들리는 한글 소리라고는 우리들의 대화와 아이들의 모국어 독서 소리뿐. 그 외엔 언제나 영어가 흘러나왔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 루틴은 지켜졌다. 몇 달이나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밥을 먹다 말고 아이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웃음을 참으며 경쟁이라도 하듯 CD소리에 맞춰 책 내용을 줄줄 읊조리고 있었다.


오! 이걸 다 외운 거야? 이게 되는구나.

아이들에게 엄지 척.

그리고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에 엄마표를 선택한 나에게도 칭찬을 해주었다.

초등학교 2학년 가을부터 시작된 아이의 엄마표 영어는 겨울을 지나며 이렇게 무르익어갔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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