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자료실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
햇살이 좋은 어느 날 아침 유치원에 가지 않은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던 참이었다.
놀이터와 이어지는 지하 주차장 계단을 뚜벅뚜벅 힘겹게 오르는 지인이 보였다. 장바구니가 무거워 보여 도와주려 다가갔는데 식재료가 들어있어야 할 장바구니 안에는 언뜻 보기에도 많은 양의 동화책이 턱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놀라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그녀는 웃어 보이며 이 정도의 동화책은 금세 읽어버려 한 달에도 두어 번씩 이렇게 책을 빌려 온다고 했다.
우리 집 거실은 유명 출판사의 전집들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 굳이 도서관을 가야겠단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때였다.
책을 이렇게나 많이 빌린다고?
이걸 아이가 다 본다고?
그녀의 모습이 꽤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없는 오전 시간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은 깨끗하고 조용했다.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또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진 그 시간 어린이 자료실은 아이들이 아닌 엄마들의 공간이 된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을 읽히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엄마들. 발걸음은 느리지만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한 번에 몇십 권씩 빌려 가려니 여러 장비가 동원된다. 양손 가득 책을 빌려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에코백을 가득 채우고, 또 어떤 이는 장바구니를 채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연 여행용 캐리어였다.
여행용 캐리어를 도서관에서 보게 될 줄이야!
가져온 장비가 무엇이던 도서관을 나설 때 그것들은 책으로 꽉꽉 채워진다. 도서관에 캐리어를 준비해 온 그녀들도 처음부터 그것을 준비하진 않았을 것이다. 마트에서 쇼핑을 하듯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두 권 빌리다 보니 어느덧 에코백이 작게 느껴지고, 장바구니가 작게 느껴졌으리라. 책 빌리기가 끝난 그녀들은 중요한 임무를 끝낸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서관을 빠져나간다. 그렇게 책을 실어 나르는 엄마들의 모습이 어찌나 대단해 보이던지.
나는 몰랐던 세계.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인 도서관을 가면서도 자동차를 타고 가는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이후 도서관은 나에게도 아주 친숙한 공간이 되었다. 도서관이라는 매력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니 쉽사리 발을 뺄 수가 없다.
장바구니 가득 책을 담아 양쪽 어깨에 얹을 때의 그 묵직함이 주는 뿌듯함은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간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