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적응하기
기다리던 중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첫날.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간신히 눈을 뜨고 커피 머신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곧이어 아들의 기상을 재촉하듯 또 다른 알람 소리가 들렸지만 한동안 기척이 없다. 매일 반복되는 기상 전쟁을 끝낼 때가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깨울까 말까를 고민하진 않았다. 5분 남짓 알람이 쉬지 않고 울려대고 있었다. 그 소리를 견디며 자고 있는 아들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 오늘은 네가 이겼다.'
아침부터 서로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방으로 들어가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아들에게 일어나라 한 마디 툭 던지고 나왔다. 알람이 울리는 동안 아들은 온몸으로 알람 소리를 받아내며 일어날까 말까 내적갈등을 심하게 겪고 있었을 터. 다행스럽게도 한 번에 일어나 주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방학 내내 늦잠을 자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려니 너도 힘이 들겠지.
아이의 학교는 산중턱에 있다.
학교까지 가려면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그다음 지하철, 그다음 버스로 환승해야 한다. 물론 데려다주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한 선택이지만 학교에서 지양하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아침 시간 둘째의 아침밥도 챙겨야 하므로 대중교통 이용은 필수 조건이다.
쌀쌀하긴 하지만 아이와 함께 맡는 아침 공기는 상쾌했다. 다행히 버스는 자주 있어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었다. 저마다의 이유로 버스에 몸을 싣는 사람들. 아직 방학이 끝나지 않았지만 등굣길 버스는 직장인들로 만원이다.
어릴 적 시골 동네에 살았던 나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버스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가는 등굣길은 마냥 즐거웠었다. 아들은 나와 같은 추억을 만들 순 없겠지만 나름대로의 경험을 쌓게 되겠지.
버스도 만원, 지하철도 만원.
지하철로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우리는 두 정거장을 지나 역에서 하차했다. 중간에 잠시 헤매긴 했으나 약속 장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새롭게 알게 된 동네 친구들과 등교를 함께 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던 터였다. 저 멀리 친구들과 엄마들이 보인다. 쭈뼛쭈뼛 어색해하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엄마들은 고작 한 번 만난 사이지만 언제 어색했었냐는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것조차 부끄러워 각자 엄마 곁에 붙어 있기에 바빴다. 어색함을 뒤로하고 금세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학교 가는 길에 세 번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거리는 멀지 않아 지루함 없이 등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학교까지 1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 것과 그중 반 정도가 가파른 오르막이라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라면 난관이랄까.
하교는 아이들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또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나오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함이기도 했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 걱정할지 모를 아이들에게 연락하면 바로 데리러 오겠다는 비타민 같은 처방도 함께 내려주었다. 걸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 어색함이 묻어났지만 오늘 하루 함께 지내다 보면 조금은 편안해진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울 너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