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왔다.
이맘 때면 매번 친정 집에 가서 받아오던 감자였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친정에 가는 횟수가 자연스레 줄었다. 때 맞추어 가고 싶지만 아이들의 스케줄이 있다 보니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때는 지난 듯하다.
엄마는 조그만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크진 않지만 그 땅에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심고, 옥수수도 심으신다. 연세가 있으셔서 힘드실 법도 한데 재미있으시단다. 자식들 나눠주는 재미에 아픈 줄도 모르시는 거겠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주시는 식재료들을 잘 안 먹는다는 이유로, 양이 많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쉽게 '조금만 조금만'을 외치고 매정하게 거절하기도 했었다. 참기름을 짜고, 쌀을 사놓고. 그 귀찮은 일들을 마다 않고 하시는 것이 사랑임을 왜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받는 것에 익숙해져 당연한 듯 여겼던 지난 시간이 죄송스럽다.
택배로 부처 온 감자를 보고 있자니 더운 날 밭에 나가 감자를 캐고, 딸들에게 보내기 위해 알이 실한 것들로 골라 담아 보냈을 엄마의 사랑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감자가 동글동글 모양도 예쁘고, 노릇노릇 색깔도 이쁘다.
받자마자 다서 알을 삶아본다. 포실포실 삶아진 따끈한 감자를 한 입 베어무니 세상 행복하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에게도 엄마의 감자를 나누고 싶어 이쁜 것들로만 추려서 담아본다. 담다 보니 괜히 피식 웃음이 났다. 좋은 걸 주고 싶은 내 모습에서 엄마의 마음이 보인다.
감자를 담는 내 마음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