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 Jun 25. 2023

엄마의 감자 10kg

택배가 왔다.

이맘 때면 매번 친정 집에 가서 받아오던 감자였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친정에 가는 횟수가 자연스레 줄었다. 때 맞추어 가고 싶지만 아이들의 스케줄이 있다 보니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때는 지난 듯하다.


엄마는 조그만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신다. 크진 않지만 그 땅에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심고, 옥수수도 심으신다. 연세가 있으셔서 힘드실 법도 한데 재미있으시단다. 자식들 나눠주는 재미에 아픈 줄도 모르시는 거겠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주시는 식재료들을 잘 안 먹는다는 이유로, 양이 많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쉽게 '조금만 조금만'을 외치고 매정하게 거절하기도 했었다. 참기름을 짜고, 쌀을 사놓고. 그 귀찮은 일들을 마다 않고 하시는 것이 사랑임을 왜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받는 것에 익숙해져 당연한 듯 여겼던 지난 시간이 죄송스럽다.


택배로 부처 온 감자를 보고 있자니 더운 날 밭에 나가 감자를 캐고, 딸들에게 보내기 위해 알이 실한 것들로 골라 담아 보냈을 엄마의 사랑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감자가 동글동글 모양도 예쁘고, 노릇노릇 색깔도 이쁘다.

받자마자 다서 알을 삶아본다. 포실포실 삶아진 따끈한 감자를 한 입 베어무니 세상 행복하다.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에게도 엄마의 감자를 나누고 싶어 이쁜 것들로만 추려서 담아본다. 담다 보니 괜히 피식 웃음이 났다. 좋은 걸 주고 싶은 내 모습에서 엄마의 마음이 보인다.


감자를 담는 내 마음이 행복하다.




작가의 이전글 안 흔한 남매를 키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