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
두 살 터울의 남매를 키운다.
두 아이는 먹을 것이 있으면 서로 챙겨주고, 자기의 물건이라도 상대가 필요하다고 하면 흔쾌히 빌려준다. 이런 모습 덕분에 주변에선 우리 아이들을 안 흔한 남매라 부른다.
아이를 키우며 의식적으로 노력했던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서로 비교하지 않기'
부모의 비교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서로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지 않을까?
비교의 말투도 습관이 되기 때문에 그것 하나만큼은 지키고자 노력했다.
첫째는 기질적으로 순한 아이다.
어려서부터 동생을 예뻐하고 또 예뻐했다. 동생의 이름을 부를 때도 정말 사랑스러운 말투로 다정하게 불렀다.
둘째는 천방지축 귀여움 그 자체.
하지만 오빠에게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서열을 분명하게 정해준 것이다.
어려서부터 큰 아이에게는 '동생은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는 존재'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동생에게는 '오빠는 친절하지만 그 친절이 당연한 것은 아니니 늘 고마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알아들었겠냐만은 그런 일관된 이야기들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둘째가 병설유치원에 다니면서는 큰 아이가 동생을 데려다주었다. 손을 꼭 붙잡고 동생을 유치원까지 바래다주고는 교실로 올라갔다. 동생도 오빠를 믿고 의지했으니 가능한 일이었겠지. 덕분에 엄마인 난 참 편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동생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 동생을 살폈다. 그런 모습에 동네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이좋은 남매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 칭찬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아닌 척하면서도 내심 어깨가 펴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큰 아이 3학년 때 학교 상담을 갔더랬다. 선생님과 마주 앉아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는데 선생님께서 어쩜 큰 아이가 그렇게 다정하냐며 비결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이유인즉슨 비 오는 날 학교에 도착해서 큰 아이가 자신의 우산을 접은 후에 동생의 우산까지 털어서 접어주고, 한 손으론 두 개의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동생의 손을 꼭 잡은 채 교실까지 데려다주는 모습을 보셨다는 거다. 우애가 좋은 아이들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생님께 전해 들으니 엄마인 나도 뭉클했다.
급식시간에 맛있는 간식이 나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빠 주려고, 동생 주려고 남겨오기도 했다. 똑같은 것을 가져온 날에는 그런 서로의 모습에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다.
지금은 두 아이 모두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은 순간들도 있고, 상대의 말에 기분이 나빠져 툭툭 기분 나쁜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질라치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아예 판을 깔아준다. 대신 규칙이 있다.서로 1m 정도 떨어져서 두 손은 열중쉬어 자세를 취한다. 준비가 되면 한 사람씩 발언권을 준다. 서로 티키타카 하다가도 금세 표정이 풀어져 웃음이 터지는 아이들. 그렇게 다툼은 웃음으로 마무리가 된다.
어린 시절처럼 서로를 아기자기하게 챙기고 살피는 모습들은 볼 수 없지만 여전히 급식에서 맛있는 것이 나오면 하나 더 챙겨주는 사이.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면 자기 일처럼 아파해주는 친구 같은 남매. 무서운 사춘기를 지나가고 있지만 이 고비 또한 잘 지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변하지 않는 안 흔한 남매로 자라주길.
두 아이가 평생의 든든한 벗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