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날
운동을 해야겠다 늘 다짐하지만 쉽사리 되지 않는 나란 사람.
친구는 요즘 운동을 시작했다 했다. 필라테스도 다니고 운동 열심히 하는 남편 따라 동네 산에 오르기도 한다는 거다. 이 때다 싶어 친구에게 나도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그렇게 우리의 산행이 결정됐다.
큰 아이 어릴 적부터 함께 육아를 해 온 우리는 육아동지다. 이 친구를 제외하고도 세 명의 동지가 더 있는데 그중 한 동지는 직장인이라 이번 산행은 넷만 함께 하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날씨가 흐리다.
제일 맏언니가 비가 와도 모이는 거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던 터라 갈까 말까를 고민하진 않았다. 아이 등교 시간에 맞춰 함께 나올 심산으로 8시도 되기 전에 머리를 감고 옷을 입었다.
산에 가는 일이 이리 즐거운 일인가?
평소 30분이면 가는 친구의 동네지만 출근시간이 겹친 탓에 50분이 걸렸다. 산 아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보니 미리 도착한 친구는 여유 있게 등산 스틱을 챙기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아침 먹었냐며 두유를 건네주는 츤데레.
공복에 운동을 하면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아 일부러 빈 속으로 왔는데 친구의 권유에 덥석 두유를 받아 들고 차에 앉았다.
친구는 오래된 신승훈의 노래를 틀었다. 언제 적 노래냐며 서로 웃음이 터졌다. 텅 빈 주차장에서 볼륨을 키우고 선루프를 열었다. 노래를 듣는 것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일도 즐겁다.
잠시 웃고 떠드는 사이 다음 타자 등장.
우리 중 가장 어린 둘째를 키우고 있는 이 언니는 둘째가 소풍을 갔다며 김밥을 싸왔다.
등산에 김밥이라니. 저절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새도 없이 김밥을 입 속으로 넣는다. 출발 전부터 계속 먹느라 산엔 언제 가냐며 우스갯소리를 해댄다. 이러려고 아침밥을 안 먹고 온 게 아닌데 하며 김밥을 맛있게도 먹는다.
마지막 멤버인 그녀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에겐 항상 그녀만의 시간이 필요한 특별한(?) 언니가 있다. 모든 모임의 마지막 주자인 언니는 약속 시간을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도 웃으며 그녀를 기다린다.
'다음부터 9시 30분 약속이면 언니에겐 9시라고 얘기하자'
라는 농담은 언니도 알고 우리도 아는 공식 멘트다.
이상하게도 매일 지각하는 그녀가 밉지 않다.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이 펼쳐진다.
'와~ 너무하는 것 아니야?'
투덜투덜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발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아이들의 안부를 묻고 그간 고민하던 점들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눈다.
큰 아이들은 올해 중학생이 되었고, 모두 다른 학교에 진학을 했다. 어려서 한 동네에 살았지만 세월이 있다 보니 지금은 흩어져 살고 있다. 서로 다른 학교 분위기에 놀라기도 끄덕이기도 하며 오르락내리락 산에 오른다. 무릎도 아프고 골반도 아프다.
바람이 많이 불어 손도 시리고 귀도 시리다. 걷다 보면 덥겠지 생각해서 옷을 얇게 입고 왔는데 산은 산인가 보다. 겉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지만 마냥 즐겁다.
산행을 마치면 맛있는 산채비빔밥이 기다리고 있다. 추운 몸을 녹이기에 딱 좋은 된장국과 누룽지도 함께다.
다음은 어느 산으로 갈까?
**서랍에서 꺼낸 묵혀 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