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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Aug 08. 2023

해씨별로 떠난 크림이

아이의 햄스터

아들이 사랑하는 햄스터 크림이가 해씨별로 갔다.

해씨별은 '세상을 떠난 햄스터의 안식처'를 의미한다. 아이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낯선 단어이지만 어쩐지 그곳에선 편안하고 행복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3년 전 크림이와 베리가 우리 집에 왔다.

우연히 TV 속 반려 다람쥐를 보고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할머니는 다람쥐 대신 햄스터를 키워도 좋겠다며 아이들에게 용돈을 쥐어 주셨다. 목적이 뚜렷한 용돈을 받았기에 싫다는 내색 한 번 못하고 꼼짝없이 햄스터를 분양 받았었다. 물론 모든 관리는 아이들이 도맡아 한다는 약속을 받은 뒤였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해서 아이들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한 편으론 잘 되었다 싶었다. 아이들은 행복해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함께 지내던 베리가 작년 11월 먼저 떠났고, 어제 크림이도 해씨별로 떠났다.


전날까지도 잘 움직이던 크림이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아들은 곧바로 크림이를 안아서 만져주며 괜찮아지기를 바랐지만 1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질 않자 조심스레 동물병원을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크림이는 햄스터 평균 수명보다도 길게 살았기에 난 이별을 예감했었지만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부랴부랴 동물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앞에서 아들을 먼저 내려주고 주차 후 병원으로 갔는데 그 사이 크림이는 세상을 떠났다. 아들은 울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수의사 선생님께서 요즘은 햄스터도 화장을 해서 유골을 뿌려주는 분들도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화장 비용은 15만 원 정도라는 말과 함께.

반려인이 아닌 나로서는 조금 과한 처사가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어떤 마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들은 크림이를 화장하고 싶어 했다. 슬픔에 젖어있는 아이 앞에서 어찌 안된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곳 주소를 받아 들고 40분 거리에 있는 반려동물 화장터로 향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두 명의 직원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크림이를 위해 꽃다발을 준비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크림이와 작별할 시간도 마련해 주었다. 흐느끼며 우는 아이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등을 토닥이며 손을 잡아주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유골함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의 표정이 한결 나아 보였다. 크림이의 화장 비용은 아이가 지불했는데 그 돈은 아이가 에어팟을 사기 위해 모으던 것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크림이를 보내주었다.


이렇게 우리 집 반려동물 키우기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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