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스케줄이 없던 주말을 보내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결국 마주하고야 말았다.
아이의 미디어 사용 시간이 12시간을 넘긴 것이다.
막상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할게 마땅치 않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저 시간은 내가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숫자다.
아직까지도 무엇이 맞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문제가 있다.
아이의 미디어 사용 시간을 통제할 것인가
자유를 줄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러기로 했다.
학교 상담 때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던 터였다.
'아이들을 통제한다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안 하지 않아요.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니(묶인 걸 풀어야 하니) 조금 불편해질 뿐 숨어서 다 합니다.‘
'수업 때도 미디어 활용을 많이 하는데 휴대폰이 잠긴 아이들이 많아서 수업에 지장이 있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휴대폰은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한 가지 약속을 했었다.
휴대폰을 잠그지 않는 대신 학교 과제만은 성실하게 하기로.
여러 날이 지나고 문득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수업 때 미디어 활용을 많이 해? 휴대폰 잠겨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
'엄마가 잠가놔서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풀어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 그렇구나...'
'엄마, 그리고 우리 반에서 게임 제일 많이 하는 친구가 누군 줄 아세요?
'아니.'
'00이요'
'그 친구는 엄마가 패밀리 링크로 휴대폰 잠가놓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에이~ 엄마 그래도 다 하는 방법이 있어요.'
진짜구나. 잠그는 게 답이 아니구나.
아이가 미디어 활용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른인 나도 힘든 일인데 아이에게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니겠는가.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싶지만 미성숙한 인간인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어느 작가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 제목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기분이 태도가 되는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있다.
참아야지 하다가도 버럭 화가 나서 아이에게 화를 내기가 일쑤.
아이가 아플 땐 '그래 건강이 최고지 게임 좀 하는 게 어때서' 하다가도, 막상 건강한 아이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걸 어떻게 해야 할까.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내 마음을 붙들고
오늘도 마인드 컨트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