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조카가 있다.
동생이 늦은 나이에 결혼한 탓에 이제 곧 두 돌이 되는 작디작은 사랑스러운 조카.
이모가 셋, 터울이 많은 언니 오빠들이 여섯,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모부들까지.
아이는 모든 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우리 집 막둥이다.
아이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지만 경쟁자가 많아 늘 한 발 물러서 있던 내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경단녀인 동생이 면접 일정이 생겼다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켜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해왔다.
'물론이지'
우린 한 시간이 넘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그러마고 했다.
동생이 새벽에 집을 나서야 했으므로 하루 전날 동생 집에서 잠을 잤다.
아이는 잠을 깨며 제일 먼저 엄마를 찾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이모'가 왔음을 아이에게 알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통할 리가 없지'
아이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당황한 것도 잠시, 겨울잠 자던 육아 세포가 깨어난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관심을 주위로 돌린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부스스한 얼굴을 한 아이에게
'이서야, 밖에 비가 와~ 우리 비 구경할까?'
'비'라는 말에 아이는 관심을 보이며 안아달라는 시늉을 한다.
아이를 안고 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잠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샌가 사라졌던 '솔'톤의 목소리로 아주 능숙하게 아이를 대하고 있는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기지개를 켜고, 누운 김에 기저귀를 갈아주고, 옷을 갈아입힌다.
어린이집 갈 준비가 일사천리다.
10여 년 전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 얼굴을 울그락불그락하던 내 모습은 없다.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내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도 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싶지만, 그 시간을 보낸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걸 안다.
새삼 그때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이제 두 달 남짓.
어린이집에 들어가며 웃는 아이의 얼굴에서 긴장이 보인다.
웃으며 인사하고 돌아섰지만 짠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인지.
나이 든 이모라 그런가.
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