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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Dec 31. 2020

행복지수 Top 10 스웨덴  vs 최하위권 한국

"OECD 행복지수 7위 스웨덴, 북유럽 행복국가의 비밀"... "한국인 행복지수, 30년째 하위권"


극명하게 갈리는 스웨덴과 한국의 행복지수. 도대체 왜, 그리고 어디서부터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올 가을부터 새롭게 다니기 시작한 서울의 한 수영장에서 난 이 의문의 실마리를 조금 찾은 것 같았다.


먼저 물과 우리 부부에 대해 얘기를 조금 풀어보자면, 난 어려서부터 가족들과 여름이 되면 바다로 휴가를 떠났다. 한 번은 물에서 까불며 놀다 아주 호되게 물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 물은 '내가 널 좋아하긴 하는데, 친해지긴 어렵겠다' 싶은 먼 친구였다. (아, 난 까불기만 잘했지 수영은 못했다)


반면, 스웨덴 남편은 어려서부터 집 마당의 수영장과 집 앞의 바다 등 하루 종일 물에서 놀다 들어올 정도로 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전생에 이 남자는 물개 어디쯤 된 거 같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서로의 존재를 상상이나 했을까 싶은 우리의 어린시절

이런 우리 둘이 2013년 연애 초반, 태국의 Koh Mook이라는 작은 섬으로 휴가를 떠났다. 하루 종일 물에서 신이 난 이 남자는 물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물속에서 혼자 물구나무서기, 앞구르기 등등 내 눈엔 거의 서커스(?)에 가까운 트릭들을 선보이는데 재밌게 노는 이 남자가 부러우면서도 샘이 났다.


수영을 못하는 날 위해 남편의 작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 바로 물과 친해지기. 이 남자는 근처에서 작은 돌, 동전 등을 들고 와서는 수영장 바닥에 놓고 집어오는 시범을 보였다. 나도 옆에서 같이 따라 하다 보니 은근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노는 게 재밌을 즈음 나에게 차근차근 수영을 가르쳐줬다.


어떤 영법을 가르쳐줄까 속으로 준비하고 있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자유형, 배영, 평영 뭣도 아닌 처음 보는 영법이었다. '자기야, 이게 무슨 수영법이야?' 물어보니 '글쎄, 영법 없어. 그냥 수영이지'

(얼마 전 알게 됐는데, 비밀보장 김숙 언니가 말한 유럽 할머니들의 수영이 바로 이거다. 실제로 유럽게 가보면 남녀노소 다들 머리만 내놓고 팔과 다리만 저으며 유유히 수영을 참 잘도 한다)


물과 편해진 후, 이 남자가 가르쳐준 대로 수영을 하니 오! 된다!! 수영이 된다!!! 뭐야 그리고 이거 너무 재밌잖아!!!


그 후, 7년 간 해를 거듭한 휴가들 끝에 난 물이 편해지고 이름 없는 유럽 수영(?)도 자유자재로 하게 됐다. 이젠 남편 옆에서 물구나무서기, 앞구르기를 같이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매년 물을 만끽하기 위해 여름 휴양지로 떠나는 그와 나 -


그리고 올 가을부터, 남편회사 근처에 있는 서울의 한 수영장 오전반에 다니기 시작했다. 다니던 일도 그만뒀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새로운 내 일상의 일부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코로나로 여름나라로 여행을 못 가다 보니 물에서 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코로나가 살짝 잠잠했던 찰나라 수영장 다니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수영 첫날, 난 초급반에 배정이 됐다. 유럽 수영(?)만 했지 자유형, 평영 등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편과의 특별훈련 덕인지 수영 첫날부터 수영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각종 영법을 차근차근 정석대로 익혀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물속을 즐겼던 나는 금세 영법을 익히고 등록 2주 만에 중급반으로 가라는 선생님의 지시(?)를 받았다.


반면 3개월 차인데도 아직 초급반이라 속상하다는 같은 반 언니(?)들은 너무나 속상해했다.

'자기야, 자긴 어떻게 그렇게 금방 배워?', '자기야, 발차기는 어떻게 해?', '자기야, 팔은 얼마나 꺾어?' 등등 언니들의 쏟아지는 질문이 당황스러웠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엉거주춤 진심을 다해 '음... 그냥 몸을 편하게 맡기시면 되는데. 일단 물속에서 즐겨보세요.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요'라고 답했다. 언니들은 내 대답이 영 시원찮았는지 등을 돌렸지만 말이다.


물아일체는 이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인가 싶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수영을 배우게 되면 물과 친해지는 법을 제일 먼저 배운다. 남편이 휴가에서 알려준 것처럼, 첫 몇 달간은 물속에서 링 줍기 등의 놀이를 통해 물과 친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한국에선 어떤 영법을 얼마나 잘해서 마스터를 하느냐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처음 발차기는 어느 각도로 얼마나 뻗어야 하면서부터 호흡은 이렇게, 머리는 귀에 붙이고 등등... 맙소사.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면 난 왜 발차기가 안되지, 호흡이 안되지 등등 안 되는 것들에 집중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현재 내가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왜 발차기가 안되지, 호흡이 안되지' 등 내가 현재 안되고 있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먼저 물속에 있는 그 순간의 '나'를 즐겨보자.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전히 즐긴다면, 물속에서 몸을 자유자재로 유유자적하는 나를 발견하는 건 그리 먼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행복이라는 건 대단하지 않다. 물론 OECD에서 말하는 행복지수라는 건 많은 사회적 요소들을 토대로 산출하겠지만, 우리 개개인의 행복은 일상의 작은 마음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어서 수영장이 재개관했음 하는 마음이다. 가서 또 재밌게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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