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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Jan 04. 2021

나는 스웨덴 시댁이 가고 싶다

"시댁 멀리 있는게 제일 복 받은거야", "시댁 멀리있어서 너무 부럽다", "스웨덴 시댁은 어때?"... 등 내가 주변의 기혼 미혼 친구와 언니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얘기들이다.


난 진심으로 시어머니를 사랑하고 또 보고싶기에, "시댁이 멀어서 난 너무 슬픈데..."라고 대답하면 좀처럼 믿지 않는 분위기다. (혹은 '시댁이 스웨덴이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거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고부갈등이 비단 한국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외국이라도 시월드, 고부갈등이 없다면 크나큰 오해다. 결혼한 내 주변 스웨덴, 외국친구들만 봐도 시댁갈등이 있는 집들은 한국처럼 시댁 흉보는 건 똑같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시댁은 멀어야 하고, 불편해야만 하는걸까 그리고 이 갈등과 불만은 어디서 시작될까?


물론 나의 경우, 세상 스윗하고 사랑 넘치시는 시어머니의 따스한 성격이 큰 부분을 차지할테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스웨덴 어머님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생각해봤다.


| 1. 서로에 대한 기대감 버리기

'우리 애들이 이번 명절엔 용돈을 얼마나 주려나', '이번주엔 언제 안부전화를 하려나', '이번 생일엔 혹시 선물을 보내주실까' 여기 이 질문들의 공통점! 바로 상대방이 나에게 뭘 해줄까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특정 기대감을 갖고 바라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마찰이 시작된다. 


'아, 이번 주말엔 안부전화 한번 할 줄 알았는데 깜깜 무소식이네.' 여기서부터 마음 한켠에 서운한 감정, 불편한 감정이 생기고 상대방에 실망하게 된다.

나와 어머님 사이엔 서로 기대하는 게 없다. 그냥 그때그때 생각날 때, 보고싶을 때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한다. 특별한 기념일이나 주말이 아니어도 가끔 소포를 보내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의 사진을 보내며 마음을 나눈다. 서로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듯 말이다.


매년 8월이 되면 스웨덴에선 Crayfish party가 열린다. 4년 전 여름, 어머니와 난 함께 파티를 준비했다


| 2. 서로의 의견과 결정 존중하기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안부전화 하기', '큰 명절은 꼭 함께 보내기', '아이 계획' 등 무언의 의무감에 의해 서로에게 압박을 주거나 룰을 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따른 결정도 존중한다.


한번은, 스웨덴에서 항상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 부부가 한번 쯤은 섭섭하시지 않을까 싶어 어머님께 여쭤봤다. 그리고 그때 어머님의 대답을 잊을 수 없다.

"너희가 어디에 사는 건 중요하지 않아. 그것 또한 너희들의 결정이지. 어디에 살든 너희는 항상 내 마음속에 가까이 있으니까 난 괜찮아."


~해야한다 라는 의무감을 내려놓고, 상대방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면 참 신기하게도 서로의 마음 또한 한결 편해진다.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일들이 더 즐겁다.

명절 때, "어머님, 저 이번에 다른 계획이 있어서 이번엔 못가고 다음번에 갈게요!" 대략 이런 그림. 믿기 어렵지만 가능하다.


남편과 네덜란드에 살 땐 어머님이 자주 놀러오셨다. 집 근처 Scheveningen 해변에서 같이 산책하는 우리 


| 3.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기

세상의 모든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의 핵심은 바로 '서로를 향한 진실된 마음과 사랑'이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기에, 나의 고부관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나 또한 마음 속 깊은 곳에 어머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위에 말한 이 모든 일들은 부자연스럽고 꽤나 불편했을 것이다.


특정 기대감, 의무감으로부터 해방되어 내가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해 '하고싶어서', '주고싶어서' 하는 자발적인 행동들이 쌓이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가 정립된다고 믿는다.


네덜란드 놀러오셨을 때 함께 갔던 유명한 튤립가든 Keukenhof, 난 또 어머님께 무슨 얘기를 조잘조잘 했었을까


누군가와 새롭게 관계를 쌓는 건 낯설면서도 설레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 관계가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결혼해서 맺어진 거라면 더욱이 그렇다. 고부관계 뿐만 아니라,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혹은 현재 재정비가 필요한 관계가 있다면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현재 내가 어떤 관계에 있던 그 관계 속에서 조건없는 사랑과 믿음을 받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코로나상황이 나아져서 스웨덴 시댁에 가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길-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두 엄마들 사이에 행복한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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