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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Jan 04. 2021

1,000만 인구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

나의 유일한 2021년 새해 목표

영화 관람객 1,000만 돌파, 서울 인구 1,000만 명 등,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천만명이 주는 수식어가 꽤 있다.


작으면서도 큰 숫자 같은 이 천만명은 나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스웨덴의 인구 1,000만 명.

실제로 전 세계에서 스웨덴어를 쓰는 인구 또한 천만명이다.


그리고 나의 2021년 유일한 새해 목표는 스웨덴어 공부하기이다. 비유하자면 서울 사람들만의 '서울말'을 배우는 격이랄까?


'고작 인구 천만 명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니', '어디에 써먹으려고?'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새해 목표를 잘 세우지 않는 내가 이런 목표까지 세우며 결심하게 된 계기는 바로 가족들과의 소통을 위해서였다.


2013년 처음 스웨덴에 입성(?)할 때부터 스웨덴어는 나에게 주어진 끝나지 않는 숙제 같았다. 처음 교환학생 기간에는 학교에서 필수 교양과목으로 수강을 했고, 그 이후에는 남편과 연애하며 재미로 한 두 단어를 배웠다. 연애부터 결혼 지금까지 계속 남편과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내 스웨덴 책은 8년 동안 그대로 A1이다.

4년 전 찍은 사진이지만 지금도 한결같이 깨끗한 나의 스웨덴어 책

사실 스웨덴은 모국어 영어가 아닌 나라들 중 영어를 가장 잘하는 나라 Top 3에 손꼽힌다. (네덜란드가 부동의 1위이며 북유럽 국가들이 그 뒤를 따른다)

그래서 스웨덴어를 못한다고 해서 스웨덴에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데 불편한 건 크게 없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말이다.


남편은 일란성쌍둥이에다가 그 위로는 형이 있다. 남편의 형, 그러니까 아주버님 요한은 16살 된 아들 마테오가 있는데 마테오는 영어를 능숙하게 잘한다. 그래서 같이 있어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서 전혀 불편을 못 느꼈다.


그리고 남편의 일란성쌍둥이, 내 시누이 사라는 어린 딸 둘, 7살 앨리스와 4살 율리아다. (스웨덴 가족들을 이름으로만 부르다가 한국식 호칭을 붙이려니 되게 어색하다) 덴마크 남편과 결혼해 코펜하겐에 사는 시누이 가족은 집에서 스웨덴어와 덴마크어를 한다. 특히 앨리스는 애기 때부터 날 자주 봐서인지, 고맙게도 날 참 좋아하고 잘 따른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선물해줬다.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어 동화책이었다. 다행히도 책이 재밌었는지, 받자마자 책을 5번 넘게 읽었다며 사라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앨리스 왈, '엄마 나 이 책 열심히 읽어서 다음번에 진 만나면 영어로 대화할 거예요!'.


나와 자유롭게 대화하지 못했던 게 앨리스도 못내 아쉬웠나 보다.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제주 해녀 이야기를 담은 영어 동화책, '엄마는 해녀입니다'를 읽는 조카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무언가를 더 성취하거나 성공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 그래서 시험을 보고 자격증을 따서 내 실력을 증명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고작 1,000만 인구가 쓰는 언어인들 어떠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기꺼이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시험이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재밌게 공부할 수 있으니 부담도 덜하다.


그리고 언젠가 남편과 함께 가족을 꾸리게 됐을 때도 내 아이들을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며 소통하고 싶다 -

유치원에서 앨리스가 그려왔다는 나와 앨리스 '스윗한 나의 친구 진에게 포옹과 키스,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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