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로 한복판에서 스웨덴 남편이 맞서 싸우다
스웨덴 남편과 서울에서 살면서 제일 힘든 점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우리 둘이 가장 손꼽는 것이 바로 '운전'이다. 우리 부부는 다툴 일이 거의 없지만 유일하게 우리에게 싸움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이 바로 운전할 때이다.
누구보다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살지만, 남편과 한국의 운전문화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되면 위축되고 부끄러운 게 사실이다.
하나의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국내면허증은 스웨덴 현지 면허증으로 교환이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스웨덴의 한 높은 장관급 분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사람들이 운전하는 걸 보고 스웨덴은 한국 면허증을 교환해주지 않겠다고 한 이야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괜히 억울하지만, EU 국가들과 함께 일본 면허증은 스웨덴에서 현지 면허증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7 OECD 도로교통사고 사망자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수 8.1명, 스웨덴은 2.5명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35개국 중 사망자 수치가 세 번째로 많다. OECD 회원국 평균 사망자수가 5.2명인걸 보면 정말 극명하게 엇갈리는 수치이다.
한국과 스웨덴의 운전 문화는 정말 이 두 단어가 많은걸 얘기한다.
한국의 '내가먼저, 빨리빨리' vs 스웨덴의 '방어운전, 배려운전'
위의 단어로 정의하게 된 3가지 이유들이 있다.
교통법규만으로 따져 봤을 때, 우리나라의 법규들은 선진국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체계적이며 잘 정비돼있다. 하지만 아무리 법규가 잘 돼있어도 이걸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우리나라에 만연한 불법 주정차 등 이런 상황들은 굳이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 예로, 2019년 여름 남편과 함께 스톡홀름에 차를 끌고 시내에 나간 지 2시간 만에 15만 원의 벌금을 받은 에피소드를 얘기해볼까 한다.
스웨덴에서는 보행자 횡단보도 기준 10M 반경 내외로 차를 주정차할 수 없다. 갑자기 나올지 모르는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규 중 하나이다.
스톡홀름 시내의 주차난 명성답게 우린 시내를 몇 바퀴째 돌다가 겨우 주차자리 하나를 발견했다. 횡단보도 근처 자리였지만, 남편은 차를 세우고 10M가 넘는지 발걸음으로 수십 번 왔다 갔다 하며 거리를 확인했다.
시내에서 일을 마치고 차에 돌아왔을 때, 이럴 수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벌금딱지가 붙었다. 우리가 차를 세운 곳은 횡단보도로 부터 8M였기 때문에 벌금 15만 원, 두둥!
그렇게 여러 번 거리를 측정했건만,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벌금을 냈다. 이 날 집에 돌아가면서 한국과 스웨덴의 교통법규 준수에 대해 또 열띤 토론을 했다.
한국과 스웨덴 운전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양보'이다.
이 양보운전의 결여가 단순하게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서만 비롯된 건 아닌 듯싶다. 전 세계 우리나라 도로에서만 볼 수 있는 검게 선탠한 차량들이다. 운전석은 말할 것도 없이 심지어 앞유리까지 차량을 선탠해서 운전자들끼리의 아이컨택은 가히 불가능하다. 운전자 간 보행자 간의 중요한 아이컨택이 사라지면서 양보운전 또한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차량 선탠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경찰의 단속이 거의 미미하면서 한국에서 차량선탠은 너무 당연한 게 돼버렸다.
이렇듯 운전자들 간의 양보뿐만 아니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 양보, 응급차 양보 등 도로상 필요한 양보에 대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운전'만큼 배려와 양보가 필요할 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사실 위의 모든 얘기들은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다. '나 하나쯤이야 OOO해도 괜찮겠지'와 같은 이기적인 행동들을 검게 선탠한 차량에 감춘다.
길게 늘어선 차량들 속에 정말 아무렇지 않게 끼어드는 얌체족, 불법 주정차 등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비상등을 켜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걸 켠다고 모든 잘못된 행동들이 정당화되는 면제권이 아니다.
단순히 어느 나라가 더 우월하고 아니고를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평소 내 운전습관을 돌아보고 작지만 나부터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있다. 사실 나조차도 매일 운전대를 잡지만, 스스로에게 되새기지 않으면 위와 같은 행동들을 쉽게 할 수 있기에 재차 생각하며 행동한다.
행복이라는 게 추상적이어서 어디서 시작할지 몰라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오늘부터 배려운전과 양보운전을 통해 그 소소한 뿌듯함을 느껴보면 어떨까. 그런 여유를 가질 때, 아름다운 서울의 드라이브 풍경도 만끽할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