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라진 Jan 07. 2021

아이를 아이로 대하지 않을 때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1979년 스웨덴의 세계 최초 가정체벌금지법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뉴스가 있다, 바로 아동학대. 마음이 아파 차마 읽어보지 못하다가 외면이야말로 앞으로의 아동학대 개선에 결코 어떤 도움도 안 된다는 생각에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러한 아동폭력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한두 번 보도되는 일이 아니었다. 매번 관련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언론과 대중은 분노에 휩싸였다가 다시 시들해졌다. 우리 부부도 머지않아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싶기에 남편에게 이런 사건을 말하기도 참 조심스러웠다. 


그러다가 남편도 직장동료를 통해 이번 끔찍한 사건에 대해 알게 됐고, 스웨덴과 한국의 아동체벌, 학대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됐다.


스웨덴은 1979년 세계 최초로 '가정체벌금지법'을 법적으로 규정한 나라이다. 이 법이 시행된 지 벌써 42년이 지나, 아동보호법의 역사 또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 


스웨덴에서 사랑의 맴매를 들었다가는 양육권을 박탈당하고 감옥에 갈 수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 가보면 놀이터에서 부모가 아이의 이름을 소리 질러 부르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은 조카를 단지 나보다 어린아이로 대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나와 동일한 인격체로써 존중한다. 

모든 아이들이 어떠한 신체적 체벌을 비롯한 굴욕적인 환경 및 공격에서 보호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스웨덴 가정체벌금지법의 궁극적 목표가 부모의 징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보다 아동에게 어떤 폭력도 절대 용납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현재 우리나라 여론은 아동학대는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 형량이 너무 적다, 경찰관들은 도대체 뭘 한 거냐, 등 가해자의 처벌 및 책임자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만 크다. 온통 가해자 및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처벌하고 책임을 물을지 중점을 두는 것이다.


42년 전, 스웨덴에서 체벌금지법이 공표됐을 때 '모든 부모가 범죄자가 된다는 거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렇지만 당시 스웨덴 법무장관은 '이 법은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어떤 종류의 폭력도 사용하지 않도록 교육 지원을 통해 부모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형벌에 의존하기보다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이 규정이 실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하여 스웨덴 정부는 대대적인 캠페인, 상담 프로그램, 전문가의 조언을 담은 홍보물 등 사전에 아동폭력을 예방하고 또한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국가적인 시스템에 집중했다. 아동폭력에 대해 처벌만 따르는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아동이 국가차원의 지원과 해결책을 받는 것이다. 이로 하여금 사회 인식개선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궁극적으로 어른, 아이 우리 모두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아이는 잘 모르니까 어른인 내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해'라며 흔히 내 아래로 보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인격체 자체로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개선이 바탕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야 말로 사회와 국가의 범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남편과 결혼했을 때, 스웨덴 시어머님께 결혼선물로 받은 책이 있다. 주옥같은 명언을 담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라는 산문집이다. (존 레논이 가장 좋아했던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어머님도 이 책을 읽으며 인생에 영감을 참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예언자 책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산문들 중, 이번에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On Children, 아이들에 대하여'가 딱 생각이 났다.



아이들에 대하여, 


그대의 자녀는 그대의 자녀가 아니다. 

스스로의 삶을 열망하는 생명의 아들과 딸일 뿐이다. 

Your children are not your children. 

They are the sons and daughters of Life's longing for itself.


아이들은 그대를 통해 태어났지만 그대로부터 온 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그대들과 함께 지낸다 하여도 부모에게 속한 것은 아니다.

They come through you but not from you, 

And though they are with you yet they belong not to you.


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은 주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는 말라.

You may give them your love but not your thoughts,

For they have their own thoughts.


그대는 아이들에게 몸이 거처할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는 줄 수 없으리니

아이들의 생각은 내일의 집에 거주하기에, 꿈에서 조차 아이들이 사는 생각의 집을 찾아갈 수 없다

You may house their bodies but not their souls,

For their souls dwell in the house of tomorrow, which you cannot visit, not even in your dreams.

작가의 이전글 북유럽 행복국가 남자가 서울에서 운전할 때 생기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