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남편과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받는 단골 질문은 이렇다.
'어떻게 처음 만났어?', '어떻게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됐어?' 등
그럼 난 장난스럽게 답한다.
100세 스웨덴 할아버지 알란이 우리를 이어줬지!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우리가 썸타던 시절을 회상해보면, 그때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아, 그래서 서로에게 호감이 갔구나!' 하는 순간들이 꽤 있다. 이 100세 할아버지 에피소드도 그중 하나가 될 법하다.
여느 썸타는 커플들이 그렇듯 우린 8년 전 스웨덴 대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후 페이스북 메신저를 자주 주고받았다. 하루는 나에게 뭐하냐는 이 스웨덴 남자의 메시지에 '시내 카페에서 책 읽고 있어.' 라며 사진과 함께 답장을 보냈다.
이때 당시 한국에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출간되자마자 큰 히트를 누리고 있었다. 스웨덴에 오면 한국어책을 읽기 어려우니, 따끈따끈 신간 책을 읽고 싶어 스웨덴까지 들고 왔다. 당시 한국에서 2013년 7월에 출간되고, 내가 스웨덴 교환학생을 그 해 9월에 왔으니 정말 핫한 신작이었다!
남편도 이 책을 정말 배꼽 빠지게 웃었을 정도로 재밌게 읽고 좋아했는데, 마침 내가 같은 책을 읽고 있다니 우린 신이 나서 다음번 데이트 때 이런저런 책 얘기를 한참 했다. 한참 후에 남편이 한 얘기지만, 그때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내가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갔다고 한다.
우리가 스웨덴에서 만나기 전, 남편은 2011년인가 12년도에 서울의 한 학교에서 교환학생과 인턴십을 했는데, 서울에 살며 카페나 대중교통에서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못 봤다고 한다. 헌데 이 여자는 책을 스웨덴까지 들고 와서 읽는다고 하니 본인이 생각했던 한국인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단다. (스웨덴의 경우, 책 읽는 사람들을 대중교통이나 카페, 공원 등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어 별로 대수롭지 않다)
지금 내 주변에 막 알아가는 단계의 새로운 사람이 있다면 '왜 그 사람에게 호감이 갈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쌈남썸녀, 이제 막 알게 된 새로운 친구, 직장동료 등 누가 되었든 상관없다. 나와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면 이 사람과 성향이 맞는지 혹은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등 서로를 알아가는데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공통 관심사가 주는 연결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니 말이다. 새로운 관계 쌓기에 탄탄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 둘을 이어준 100세 알란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