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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Jan 19. 2021

저기, 부부 맞으세요?

4년간의 연애 후, 2017년에 결혼한 우리 부부는 햇수로는 올해 벌써 4년 차 부부가 됐다. 


우리가 결혼 후에도 꼭 지키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데이트'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데이트를 하는 것. 


꼭 주말 데이트가 아니어도 좋고, 근사한 곳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소소하게 우리가 좋아하는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지나가다 멋진 전시가 있으면 전시회에서 시간을 보낸다.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은 다 잊고 유치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도 풀고, 긴장을 푼달까. 


여느 주말 우리 부부는 창덕궁으로 데이트를 나섰다. 우리가 좋아하는 골목길을 군데군데 걸으며 우연히 새로 오픈한 한옥 맥주펍을 발견했다.


바 테이블로 되어있는 펍이라 직원 매니저분은 할 일을 하시고, 우린 또 우리대로 계속해서 얘기를 나눴다. 마침 그날 아침에 다 읽고 나온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남편에게 한참 얘기를 했다.


그러다 매니저 분의 질문이 훅 들어왔다. '혹시 두 분 사귄 지 얼마나 되셨어요?'


난 멋쩍게 웃으며 '아, 저희 결혼했어요. 벌써 결혼 4년 차 돼요'


듣자마자 매니저분이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이 '아, 대화하시는 게 너무 즐거워 보이셔서 당연히 연인인 줄 알았어요.' 라며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계산하고 한옥 펍을 떠날 때까지 그분은 우릴 믿지 못한다는 눈치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사실 우리가 부부라고 하면 이렇게 놀라는 반응을 접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젊어 보이고(?) 사이가 좋아 보인다는 걸로 내 나름대로 해석하니 별로 신경 쓰이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반응들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부의 모습은 어떤 걸까? 어떤 사람들에겐 '부부'라는 이미지에 대해 특정한 선입견이 밑바탕 돼있는 게 아닐까? 부부는 비교적 단조롭고 지루하다는 뜻일까? 눈에 불이 파바박 튀는 사랑은 이제 막 사귀는 커플들만 가능하다는 걸까?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이 매일같이 동화 속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우며, 열정과 불꽃이 넘친다는 걸 얘기하게 결코 아니다. (물론 그렇지도 않으니 그렇게 얘기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얼마전에 재밌게 읽은 책, 미셸 오바마의 Becoming에서 이런 얘기가 있었다.


"아마 결혼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이자 가장 지속성 있는 답이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문제가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그 답이란 바로, 어떻게든 적응하기 마련이라는 것. 계속 함께 할 생각이라면 달리 도리가 없다."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현실적인 말을 하다니.


남편을 처음 만나 연애했을 때 문화차이 뿐만 아니라 성격차이도 컸다. 우린 8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서로에게 적응하며 타협점을 찾아간다.


우리의 정기적인 데이트 또한 행복한 결혼을 위한 그 일환이며, 이 외에도 같이 할 수 있는 취미생활 하기, 운동하기 등이 있다. 참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우리에겐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힘이다.


그렇다. 우린 함께 행복을 배로 곱하기 위해 결혼한 부부가 맞다.

지난 주말, 집에서 남편과 같이 그린 그림들. 호기심 많은 제주는 우리가 뭘 하나 궁금해서 빼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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