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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Jan 18. 2021

스웨덴-한국 부부의 2년 차 고양이 집사 일기

우리가 고양이를 대하는 다른 자세

우리 부부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건 2019년 4월이었다. 한국에 살기 시작한 지 딱 일 년이 되던 달이었다. 그리고 우린 곧 2년 차 집사들이 된다


어려서부터 아빠가 동물을 좋아해서 토끼부터 강아지까지 마당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키웠다. 하지만 아빠만 좋아하고 난 별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시어머님 덕에 남편은 어려서부터 집에 반려동물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어머님이 보내주신 남편의 어린 시절, 고양이 미시시피와 함께 찍은 사진


집에 고양이를 데려오기까지 나에겐 참 큰 결정이었다. 어떤 한 생명체를 돌봐야 한다는 게 그렇게 큰 부담일 수 없었다. 고양이의 배변훈련부터 혹시나 아프면 어떡하나 등 키우지 못하는 이유 열댓 개를 남편에게 침 튀기며 얘기했다.


한바탕 격정적인 토론(?) 끝에 난 고양이 데려오기에 드디어 남편과 같은 배를 탔다. 그리고 우리 고양이 '제주'를 데려 왔을 때 그간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었는지 알게 됐다. 나도 조금 어이가 없어서 남편 몰래 웃었다.


이제 막 3개월이 됐던 제주는 파란 눈이 제주도의 푸른 바다 같아서 이름도 '제주'라고 지었다.

우리 제주 뽀시래기 시절, 남편 품에서 자는 게 정말 천사 같다

그렇게 2년 전부터 시작된 집사 생활을 통해 새삼스레 스웨덴과 한국이 얼마나 다른가 느꼈었다.


여느 선진국답게 스웨덴 또한 강력한 동물복지법을 갖고 있다. 스웨덴 헌법의 동물법에 의하면, 동물의 건강과 자연 본능을 해치지 아니하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명시돼있다. 


하여 반려동물의 공장 번식과 같은 끔찍한 일은 엄연한 불법이며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한국 또한 동물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스웨덴에서 반려동물 입양을 원할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애견샵은 찾기 어렵다. 보통 지인을 통해 수소문을 하거나 개인 가정집을 통해서 분양받을 수 있다.


많은 예시들 중 하나였던 것부터 이렇게 다른 두 나라는 고양이를 키우는 우리 부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스웨덴의 경우,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낮에는 마당에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고양이 혼자 동네를 산책(?)하다가 배가 고프면 때맞춰서 집으로 돌아온단다.


시어머님네 고양이 셀마도 아침이면 밖에 나갔다가 점심 즈음 끼니때 맞춰 돌아왔다. (우리 제주가 그렇게 산책을 하러 나간다면, 난 하루 종일 제주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안절부절 불안할 것 같다.)


한국에선 그런 산책냥은 상상도 못 하니 난 가장 기본인 캣타워를 시작해서 이것저것 집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처음 한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자본주의(?) 펫 시장을 보고 깜짝 놀랐단다. 대형 캣타워부터 독특한 장난감과 간식까지. 스웨덴과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

뭐니뭐니해도 제주는 아빠랑 노는게 세상 제일 재밌다.

집사 인생 35년 차, 고양이에 이미 도가 튼 베테랑 남편은 일단 여유가 넘친다. 그래서 처음 제주를 집으로 데려온 후, 이것저것 필수템들을 사는데 이게 다 필요하냐며 핀잔을 줬다. (내가 봤을 땐 꼭 필요했다.) 뭐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어미의 마음을 이리도 모르다니.


이제 갓 2년 차 집사가 된 나는 아직도 우리 제주가 걱정되는 날이 많다. 지금 보니 나에겐 제주를 키우며 '걱정'이라는 잠재적인 전제가 깔려있나 보다.


정말 어쩌다 한 번 제주가 토를 하면, '자기야, 제주가 왜 토를 했지? 동물병원에 데려가자.'

'자기야, 제주 심심한가 봐. 장난감 좀 더 살까 봐'

'자기야, 오늘 제주 걷는 모양새가 좀 이상한 거 같은데, 나만 그렇게 보여?'

'자기야, 오늘 제주가 평소보다 좀 덜먹어. 왜 그러지?'

'자기야, 오늘 제주가 재채기했어. 감기 걸린 건가?'


제주를 향한 나의 걱정거리는 끝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걱정거리들을 하나씩 던지면 남편은 아랑곳 않고 '괜찮아. 별거 아냐, 그럴 수 있어' 라며 아무렇지 않게 다시 하던 일을 한다.


우리 부부가 제주를 대하는 자세가 좀 다르면 어떠한가.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는 찰떡같이 잘 통하니 아무래도 좋다.

매일을 우리 부부 사이에서 같이 자고 일어나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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