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부터 유난히 하고 싶은 게 참 많았고, 부모님의 육아 방침은 '믿음'이었던 것 같다. 가서 공부해라 같은 압박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내가 하고 싶다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해주셨다. 미술학원, 컴퓨터학원, 플룻 등 셀 수 없다. 그래도 참 다행인 건 난 그때마다 눈에 불을 켜며 재밌게 즐기고 또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먼저 흥미를 갖고 '하고 싶어서' 한 활동들이어서 더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누군가 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간섭(?)을 하면 금세 마음이 토라져서 열정이 식어버렸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 어느덧 30대가 된 지금의 난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스웨덴 남편과 살고 있다. 그리고 작년 10월부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던 과정부터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서는 지금까지 남편은 참 한결같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행복한 게 중요하다며 날 응원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시작하게 된 나만의 프로젝트 중 하나는 '글쓰기'였다.
그리고 어제저녁엔 '자기야, 내가 앞으로 배워보고 싶은 걸 한번 적어봤어' 라며 내가 장단점과 함께 우선순위를 매긴 후 나의 리스트를 보여줬다.
보자마자 남편은 '너무 좋은데? 그냥 하나씩 다 해봐'. 라며 응원과 미소를 아끼지 않았다.
한 달 전인가, 넷플릭스에서 요즘 스타트업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길래 마침 영어자막도 있어서 남편과 주말 저녁에 첫 에피소드를 틀었다.
헌데 내용 중에 아빠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은데 엄마는 극도로 분노(?)하며 말렸다. 그리고서 딸 둘이 아빠가 직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몹쓸 광경을 보게 된다. 그 내용들이 너무 불편해서 미처 다 보지 못하고 첫 에피소드를 중간에 종료를 눌렀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라 10대를 보내고, 이후 청소년기를 스웨덴에서 보낸 남편은 내가 아는 세상 그 누구보다 넓은 견해를 갖고 있다. 참 현명한 사람이다. 남편의 전폭적인 응원과 지지를 받는 덕에, 나 또한 남편이 하고 싶은 일에는 제동을 걸지 않는다.
하고 싶은 욕망을 억제받게 되면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삶이 돌아간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선순환의 좋은 예가 아니겠나.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건 참 중요하다는 걸. 그리고 그때 제일 행복하다는 걸.
이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건 그 하고 싶은 일들을 찾기 위한 과정에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응원과 지지를 받을 때 게임 속 치트키를 연발한 것처럼 인생의 행복도 배가 될 것이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지.
「행복해진다는 것」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