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곰(Lagom). 요즘 한국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스웨덴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스웨덴을 잘 설명해주는 이 단어, 라곰은 아주 간단히 말하면 '아주 적당한', '딱 맞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참 주관적인 것일 수 있다. 샤워 온도, 라면 물의 양, 커피에 타는 우유의 양 등처럼 말이다.
라곰은 광범위한 범위에서 적용된다.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고 공평하게 일을 나누기 위해 음식을 가져가는 것도 라곰이며, 냉장고에 남은 음식들을 활용해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도 낭비를 막는 라곰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스웨덴에서 말하는 라곰식 행복은 결코 으스대거나 남보다 더 많은 것, 좋은 것을 과시하는 게 게 아니다. 마냥 행복하거나 그 행복에 도취되지도 않고, 결코 뽐내는 것도 아닌 신중한 행복이다. 이것이 바로 스웨덴 라곰식 행복이다. 바로 이 균형과 조화야말로 스웨덴 사람들이 사랑하는 '지속 가능한' 진정한 행복의 비결인 것 같다.
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우리 부부는 서울에서 이 두 가지를 실천한다.
첫 번째.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에게 어떤 것이 행복을 주는지 계속해서 알아차린다.
아침을 시작하는 커피 향. 차에서 흘러나오는 팟캐스트 뉴스의 오프닝송.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소리.
넷플릭스를 함께 보내 깔깔대는 우리. 둘이 오붓하게 나누는 대화. 그 속에서 주고받는 유치한 농담들.
유난히 맛있게 요리된 그날의 저녁. 요리가 맛있어진 비결이 뭐였을까. 이번에는 다른 재료를 넣었나.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하루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매 순간에 다름이 있고, 그 속에 또 행복의 씨앗이 있다.
두 번째. 반복되는 일상을 잠시 벗어나 짧지만 굵은 여행을 떠난다.
우리 부부는 일 년에 두 번은 꼭 2주 이상 휴가를 떠났다. 우리에게 휴가는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또 즐길 수 있도록 자극해주는 에너지의 원천과도 같았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작년에는 꿈도 못 꿨다. 이 사태를 적응하기 위해 내놓은 우리 부부의 대안책은 바로 짧고 굵은 국내여행이었다.
으리으리한 고급 풀빌라가 아니어도 좋다. 짧게 서울시내에 호캉스를 떠나고, 또 도심을 벗어나 산자락에 숨은 에어비앤비 그리고 펜션들을 찾아 머물렀다. 짧은 탈출을 통해 다시 활력을 얻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매일 일상에서 발견되는 이 균형과 조화, 그리고 그날의 기쁨에 충실하기-
그렇다. 지속 가능한 진정한 행복을 위해 행복에도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