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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Jan 25. 2021

한국엔 있지만 스웨덴에 없는 것 1탄

우리 부부가 한국으로 이사 온 지도 햇수로 벌써 3년 차가 됐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살아가는데 한 나라가 월등히 좋고, 또 현저하게 나쁘지도 않다. 이 모든 게 다 어떻게 받아들이냐 나의 관점이 차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나라 저 나라 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국과 비교하여 그 나라를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한국엔 있지만 스웨덴에 없는 것' 시리즈.


1탄. 노동의 가치는 과연 누가 정하는 걸까? 한국엔 있지만 스웨덴엔 없는 신속 정확 배송 서비스.




한국과 스웨덴을 사는데 가장 큰 차이점을 두 단어로 설명하자면? 

바로 Convenient와 Comfortable이다.


1. Convenient - 한국, 편리함의 끝판왕!

총알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신속과 편리함의 끝을 보여주는 이 단어들이 근래 들어 더 많아졌다.


우리 부부 또한 저녁을 먹고 소파에서 핸드폰으로 장을 보고, 다음날 새벽이면 집 문 앞에 가지런히 놓인 박스를 받는다. 3년 전, 한국으로 이사를 오고 난 후 이런 편리한 배송 서비스들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지.


한국의 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지다 보니, 스웨덴에서 직접 무겁게 장을 보고 두 손 가득 낑낑 들고 집으로 돌아왔던 지난날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장보기뿐만 아니라 그 어떤 무거운 걸 주문해도, 택배 기사분들이 직접 우리 집 문 앞까지 배송을 해준다.


2. Comforatble - 스웨덴, 일상에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면!

이미 예상이 되겠지만 스웨덴에선 총알 배송은커녕 정확 배송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에선 제품 발송 전부터, 준비과정 그리고 도착 예정시간까지 알람이 온다. 스웨덴에선 일반적으로 이메일로 택배 발송 알람을 받고, 그 후엔 기다림이다! 


그래도 요즘엔 스웨덴도 배송이 많이 좋아져서 이틀 내지 3일 내에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집 앞까지 친절하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는 따로 추가비가 든다. (배송 옵션에 따라 비용이 다르다) 


배송 옵션에 따라 배송비가 다른 이유는 그에 따른 노동의 대가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네 곳곳의 우체국이나 작은 슈퍼마켓 같은 곳이 픽업 포인트로 지정돼있으며, 영업시간 내에 그곳으로 가서 직접 내가 물건을 찾아가야 한다.

픽업 포인트에서 직접 들고 와야 했지만, 한국에서 엄마가 보내준 택배 두 상자나 받고 너무 좋아했던 우리 둘-

이런 배송에서 따르는 불편함만 따지고 본다면 물론 한국과 비교가 안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모든 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르다. 


자연스럽게 내가 필요한 물건들은 미리 구비해놓거나 혹은 들고 가는데 너무 무겁지 않은 만큼 그리고 세일에 혹하지 않고 소비할 수 있다. 


한국에서만큼 편리한 배송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지만, 스웨덴의 생활은 마음의 안정감을 준다. 매일 4시 후 퇴근 후에는 저녁 있는 삶이 있고, 주말이면 교통체증 없이 호숫가로 바다로 혹은 숲으로 훌쩍 떠날 수 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한 번 주어진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그간의 불편함과 어려움은 금세 망각한다. 다양한 나라에서 이렇게 저렇게 다른 생활들을 해보니, 한국의 이런 비정상적인(?) 서비스가 마냥 자랑스럽기만 한 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문제 되고 있는 택배기사들의 노동 실정부터, 또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노동까지 해결되지 않은 다양한 문제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게 있어서 좋고 없어서 나쁘고 이분법적 사고는 항상 경계한다. 어떠한 방향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상호보완적이며 지속 가능한 곳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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