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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Feb 16. 2019

이메일이 뭔지도 모르는 시절이 있었다

쓰면서 정리하는 UX 디자인 공부

대학교 1학년. 아직 컴퓨터보단 손글씨로 된 리포터를 제출하던 시절,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갈아타던 시절, (이렇게 말하면 엄청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나는 얼리어답터와는 거리가 먼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사람이었다.

이때도 전산실에서 수강신청을 하고 워드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한글타자에 익숙하지 않던 나는 손으로 정성스럽게 리포트를 써서 제출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인 교수님이 모든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수업 과제를 보내라는 요청을 하셨다.


"이메일=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편지나 문서를 즉각적으로 주고받는 시스템"


편지나 문서를 보내기 위해선 편지지에 우표를 사서 우체통에 넣어야만 가능하다는 것만 알았던 나에게 이메일이란 시스템은 매우 생소했고 낯설었다. 상대방에게 어떤 물건을 보내기 위해선 최소한의 우표값이 필요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편지를 보내기 위해선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알았다.


그래서 한동안 난 학과 선배에게 내 수업 과제를 함께 보내곤 했다. 내 이메일 계정이 없었고, 만드는 방법도 잘 모르겠고, 계정을 만들려면 돈을 내야 하는지 알았고, 한글타자에 익숙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컴퓨터 기능만 활용을 했다.



미국으로 대학원을 갈 무렵, 부끄럽게도 난 영문타자를 칠 줄 몰랐다. 엄밀히 말하면 영타가 100타도 나오지 않았다. 영어권 유학을 준비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 SOP는 어떻게 썼고, 토플 에세이 시험은 어떻게 봤단 말인가?

SOP(자기소개서)는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신으로 한 장을 쓰기 위해 한 달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고, 토플 에세이 시험은 최소한의 점수를 받았다;; (영타 연습을 하는 시간에 다른 영역의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에 입학을 했고 미국에서 첫 학기를 보내게 되었는데 첫 학기에 내 발목을 잡았던 아이는 다름 아닌 영문타자 속도였다. 매일 읽어야 할 페이퍼는 넘쳐 나고, 제출해야 할 과제도 넘쳐나는 시간에 나는 영문타자를 익히기 위해서 밤을 새우고 영문 페이퍼 하나를 쓰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어정쩡한 타자 실력으로는 수업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메일의 개념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이 있었고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영문타자를 못 치던 시절이 있었다.

이 두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근본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어정쩡하게 알거나 할 줄 아는 건 이도 저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이 글은 UX 디자이너로 커리어 전환을 하기 위해서 처음 쓰는 글이다.  현재 나에게 UX 디자인이란 영역은 이메일의 개념을 정확히 몰랐던 그 시절, 영문타자를 어정쩡하기 치던 그 시절과 일맥상통한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고 검색을 하면 수천 개의 정보가 쏟아지지만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나의 일기장이나 내 공부방, 모두를 위한 공부방이 되길 원한다.

기록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내가 배우고 터득한 것을 적어나갈 예정이다. 걸음마 수준부터 익혀야 할 수도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글을 익명의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에 대한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다. 하지만 혼자서 기록해 두는 것은 자아 도치에 빠질 염려가 있고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개글로 적기로 했다. 또 공개글로 적게 되면 나 스스로 잠정적인 누군가를 위해 내가 더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도 있었다.

나처럼 UX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의 심정은 이 글을 최대한 적은 사람이 보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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