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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hailey Dec 28. 2022

취미라는 족쇄를 벗어나니 자유를 맞이했다.

5년 반의 기록 그리고 현재의 선택

글을 쓰는 시점까지 딱 5년 반 정도 꾸준히 하고 있는 취미가 있다.

2017년 5월, 백수였던 내가 친구의 끝없는 권유에 생각지도 못한 춤을 접했고 지금까지 주 1회 이상 꾸준히 하는 취미가 되었다.

처음에는 백수 기간 동안 킬링타임용 취미 적당한 마음을 유지했는데 언제부턴가 재미에 중독되어 주 6번 이상 하게 되는 취미가 되었다. 춤이 좋았는지 이곳의 커뮤니티가 좋았는지 여하튼 내 인생에서 일만큼이나 큰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되었다. 10시까지 야근한 날에도 1시간 춤을 추기 위해 1시간 거리를 방문했고 주말 이틀 온전히 투자하며 인생에 더 없을 열정을 쏟아낸 날이었다.

그리고 무기한 코로나 시대, 모든 게 멈췄고 한없이 솟아오르기만 하던 열정도 조금은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러나 내 어딘가에 버릇처럼 남은 일상인지 춤 공간이 오픈하지 않으면 연습일정이라도 잡았고 공간이 오픈하는 날은 어김없이 방문해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즐기고자 시작한 취미인데 어느 순간 나의 모든 일상을 차지한 춤은 매 년 여러 번 열리는 대회에도 참여하게 만들었다. 처음 시작은 춤을 시작한지 반년이 채 안 됐을 때 무슨 대회인지도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참여했었다. 지금은 대회 이름을 막힘없이 타이핑할 수 있는 찐덕후가 되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게 처음인 초보였으니까.

평소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으로는 경쟁심이 크지 않아 중간만 가자라는 생각으로 적-당한 노력만 하던 나인데 성인이 돼서 시작한 취미에서는 나도 모르는 경쟁심이 조금씩 생겨난 듯했다.


매 년 꾸준히 나가본 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낙담하고 나와 다르게 빛나는 사람들을 보며 나와 비교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다.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거라고는. 취미가 뭐라고 인생을 책임져주지 못하고 돈을 벌어다 주는 수단도 아닌데 이렇게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 망설임?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생각으로 반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굳이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을 때도 혹시나 감을 잃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꾸역꾸역 발을 옮긴 날도 분명 있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이 지속되면서 일도 바빠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이직한 직장은 이전에 내가 하지 않았던 업무를 요구했고 해내야만 하는 상황에 여러번 직면했다. 이미 서른을 넘기고 직장 7년 차에 접어드는 시기였기에 반강제적으로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 시작하는 업무는 이전의 내 모습처럼 적당히 해서는 불가능했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단기간에 습득하고 퍼포먼스까지 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과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예전이었다면 일이 생겨도 적당한 타협점을 찾고 어떻게든 취미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을 텐데 시기적인 탓인지 사그라든 마음 때문인지 꼭 그래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취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지 2달 정도 되었을 때 마음속 온전한 자유가 찾아왔다.

누구의 말에도 어떤 상황에도 굳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 지금이 그렇다.

왜 나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잘 못하는지, 지금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왜 매일 야근을 해야만 하는지, 대회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지, 나는 실력이 부족한 사람인지.

그 어떤 고민에도 이전처럼 일희일비하며 고민과 자괴감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자유.


오히려 이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 잠깐 시간을 쪼개서 즐기러 간 취미가 더 값지고 온전한 충만함을 주고 있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누구와 어떻게 춤을 춰도 아주 적당한 행복감 정도 충분한 값어치를 하는 취미로 일상에 녹아들었다.


어찌 보면 나는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합리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자신은 없으니 스스로를 설득하고 안심시키는 노력.

그렇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이건 내 인생이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집중해야 할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다.

이렇게 취미라는 족쇄를 벗어나니 자유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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