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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지롭다 Jun 12. 2022

정신 차린 토끼와 모터 단 거북이

디지털 실크 로드-조너선 E. 힐먼

    낙관론.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 내가 바라는 대로 믿는 것. 때문에 낙관론은 실제를 충분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서구 세계도 달콤한 낙관론에 빠져 있었다. 통신 기술이 독재 국가를 무너뜨리고 자유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인터넷 접속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고, 디지털 독재주의가 빠르게 대두되고 있다.” (p. 17)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공공의 적으로 등극한 중국은 네트워크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국민을 감시하고 해외의 정보를 훔치며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책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줄 것이다.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제 통신 기기는 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사용하기 꺼려진다. 나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러한 두려움이 현실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음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보여준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그에 힘입은 각종 불법과 서구 기업의 근시안적 이익 추구가 맞물리면서 화웨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다. 전 세계 감시 카메라 공급의 40%를 차지하는 하이크비전과 다후아, 그리고 수많은 감시카메라로 도시 전체를 살피는 ‘세이프 시티’의 사례는 디지털 독재주의의 섬찟한 일면을 보여준다. 미국을 경유하지 않는 독자적인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제3국들과 해저 케이블을 연결하고 GPS보다도 더 정확한 베이더우 프로그램을 갖추는 등,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는 이제 미국과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통신 기술에 있어 미국으로 표방되는 서구 세력과 중국의 대결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같다. 그러나 토끼가 잠든 사이 거북이는 모터를 장착했다. 심지어 그 모터는 토끼가 직접 달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드디어 토끼가 정신을 차렸지만 거북이는 모터를 달고 가속도를 붙인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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