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러너의 마무리

by 헤일리 데일리

옷 위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살. 그리고 다시 치솟기 시작한 몸무게. 내 몸은 임계점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다 봄이 찾아왔다. 존경하는 작가님이자 동네 친한 언니와 포근해진 날씨를 맞아 러닝을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바로 러닝 약속을 잡았다. 장소는 집 근처 안양천! 우리는 아이들을 각각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만난 우리. 일단 근황 토크와 수다로 시작을 했다. 독감에서 이제 막 회복한 우리 아이와는 달리 언니네 아이는 오늘 아침에 속이 안 좋은 채로 등교를 했다고 했다. 새 학기 3월에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겹쳐서 우리 아이들도 힘들게 적응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안양천변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트랙에 도달해 달리기 어플을 켰다. 초보자도 쉽게 달릴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는 어플이었다. 1분 달리고 2분 걷고를 4세트 반복하고, 마지막 1분 달리기 후 걷기로 마무리하는 왕초보 플랜이 나에게 딱이었다. 우리는 5분 동안 걷기로 웜업을 한 후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했다.



햇살은 어제와 달리 더 따뜻해져 있었다. 그 온기를 따라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은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다행히 미세먼지가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파란 하늘도 올려다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아마 이것은 비기너스 하이(beginner's high)? 장거리를 오래 뛰지 않아서 '러너스 하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하지만 아무튼 즐겁고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기분이었다.


이 좋은 걸 진작 할걸!
여태까지 왜 안 나왔을까?!!



우리는 연신 후회를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꾸준히 달리면 되니까, 그리고 뛰면서 봄날을 즐기면 되니까 후회는 훌훌 털어낼 수 있었다. 약 10km를 걷고 뛴 우리는 집 근처 샐러드 가게로 갔다. 다이어트의 8할은 식단! 아무리 운동을 해도 집에 가서 고칼로리 음식과 군것질을 섭취해버린다면 러닝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점심으로 샐러드까지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마침 샐러드 가게 사장님은 따뜻한 핑크빛 차를 서비스로 내어주셨다. 뛰고 갈증이 난 직후에 시원한 물을 들이켜야 될 것 같았는데, 의외로 뜨끈한 차는 몸에 수분을 빠르게 채워줬다. 이후 완성이 된 오늘의 만찬! 갓 만들어진 샐러드는 싱싱하고 토핑의 식감도 하나하나 살아있었다. 드레싱 살짝 둘러줬더니 너무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었다. 운동 후 식사란? 비운만큼 채운다는 말이 이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우리는 다이어트 식단까지 마무리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혼자 집으로 가던 나는 뭔가 지치고 아쉬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 아쉬움은 뭘까 생각을 해보니, 모닝커피를 빼먹었던 것! 나는 커피 수혈이 시급했다. 결국 얼죽아인 나는 집 앞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받자마자 한껏 들이켰다. 이것으로 러닝 루틴이 완성되었다. 러닝의 마무리는 차가운 커피였다.



Most of us need coffee to keep us going, like gas in the car.

우리들 대부분은 커피를 마셔야 힘이 나지. 자동차에는 기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야.

- 엠마 도노휴-



커피의 중요성을 자동차 기름에 비유했던 이 문장! 이 페이지를 만난 건 운명적이었다. 러닝으로 지친 내 혈관에 카페인 주입을 해야만 했던 내 상황을 보면 말이다. 역시 방전된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영양제도 에너지 드링크도 아닌 커피다. 그러므로 이것은 러닝의 마무리로 제격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