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도전기 - 녹음을 시작하다

서른에 대해서 우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by 헤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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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연말, 그렇게 팟캐스트 녹음을 결의한 우리는 먼저 '어떤 얘기를 할 것인가' 부터 이야기해야 했다. 우리 팟캐스트는 무엇을 다뤄야 할까?


가장 먼저 한 것은 우리가 가야할 지향점을 찾는 것이었다. 일단 세명 다 알고있는 팟캐스트는 여둘톡(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비밀보장 정도였다. 그 외에도 우주먼지, 사십춘기, 무소속 생활자 등이 참고할 만한 팟캐스트로 꼽혔다. 정해진 주제는 딱히 없으나, 일상 생활에서 스쳐지나가는 생각을 조금 더 구체화하여 표현해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우리 목적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 시사/경제 부문 팟캐스트도 있지만 그 부분에서는 기존 방송사나 삼프로 같은 전문 채널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첫번째 주제는 '30대가 접어들며 느낀 것들'으로 정해졌다. 세명 모두 30대 여성이고, 각자 분야가 달라서 (PD, 글쓰기, 학업) 다양한 색깔을 녹여 30대의 초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첫화인만큼 진행자의 정보를 자연스레 노출시켜 청취자들의 친근함을 사면 좋을 것 같았다. 30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아도, 청취자들과 나이/성별을 바탕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


KakaoTalk_20251206_155358517.png 우리의 첫 대본..


30대를 첫 주제로 정한 후, 각자 구글 독스에 30대가 접어들며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틱, 틱 붐! 을 보면서 30에 이룬게 없는 나 자신을 비관한 이야기나, 주변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느낀 어떤 열패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야기의 끝에는 30대라는 나이가 주는 어떤 정상성에 대한 압박, 조급함 같은 것들을 벗어던져야만 진정으로 30대를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동시에 '나이에 구애받지 말자'라는 뻔한 이야기를 아무런 근거 없이 하고 싶지도 않았다. 뻔한 이야기라도 정말로 마음에 와 닿게끔 여러 근거와 레퍼런스를 가지고 촘촘히 구성하려 노력했다.


그 중에서도 팟캐스트 멤버 중 한명인 "쥬이"가 언급한 나폴리 4부작의 이야기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30대가 되면서 이룬 것이 없고, 정상가족을 꾸릴 수 없는 여건에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아니야 나는 아직 젊어' 라는 막연한 정신승리 대신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아마도 삶을 끝에서부터 관조하여, 나의 30대가 너무 늦어서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이라는 허상을 깨는 것일 테다. 인간은 삶을 한번 밖에 살 수 없어 노인인 내가 젊은 나를 바라볼 수는 없으므로, 엘레나 피란테의 소설을 읽으면서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유한함을 느끼는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서른에 데뷔를 하고, 뗴돈을 벌고, 적어도 가정은 이뤘다는데 난 뭐했지? 라는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시작했던 대화는, 어느새 우리의 남아 있는 나날에 대한 감사함으로 흘렀다. 유한한 인생 속에서 여러 고민을 할 수 있는 30대는 말로만 젊고 찬란한 것이 아닌 진실로 얼마나 찬란한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골몰하여 삶을 최적화하려는 노력은 어쩌면 쓸모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길을 선택하냐 저 길을 선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이를 먹으며 어떤 사람이 되어가느냐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30대라는 시기는 나에게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일깨워주는, 한층 더 소중한 기회가 아닐까?


1화를 녹음하고 집으로 오는 길, 대본대로 흘러가지 않은 대화에 대본을 준비한 시간이 머쓱하면서도, 한편으로 즉흥적으로 흘러간 우리의 대화가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는 게 엄청난 희열으로 느껴졌다.


다만 개인적인 만족감과는 별개로, 아마추어인 우리가 정말로 방송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그냥 개인적인 수다와 같은 이 내용이 어떤 방송의 형태로 나갈 수 있을까? 편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방랑 작가 클럽'으로 제목을 확정했지만, 이때는 사실 팟캐스트 제목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방랑 작가 클럽 1화

https://dlink.podbbang.com/b067f5b3

https://open.spotify.com/episode/6YdG9DUE4EO19Q51fCGiFQ?si=wd7Bbx0SSl6m_dH3-1yXoQ

https://podcasts.apple.com/kr/podcast/1화-스물다섯에-만났는데-벌써-서른이야/id1861696818?i=100074147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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