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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Oct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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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집에 대한 책이다.


우리는 평등한 세계에 살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 서방 세계는 초국적 기구를 내세워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인간의 지배구조는 사실 평등한 인간끼리의 계약에서 나온 임을 공표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주어졌다. 이제 약간의 운과 노력이 있다면 남들 앞에서 자신의 출신을 숨기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 당신은 길을 걷는  사람의 자산을 쉽사리 짐작할  있는가?  1세계 시민은 샤넬은 아니어도 채널 정도는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월급으로 냉면을 사먹을  있었다. 그러나 세계는 먹는 , 입는 , 배우는 것의 평등은 일정 부분 이뤄냈을 지언정 먹고 자는 집의 평등은 이뤄내지 못했다.


가난한 자와 빈자는 예나 지금이나 다른 공간을 점유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가난을 싫어하는 이유는 작은 방에서 사는 것이 싫어서이고, 성공을 갈망하는 이유는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인생은 어디에서 살고 있으며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다.


양귀자의 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삶이란 비극의 텍스트이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삶이 어떻게 텍스트일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텍스트라면 어째서 그것은 비극일까? 이 책은 H양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공간을 테마로 삼는다. 삶이 왜 이미지나 비디오가 아닌 텍스트일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비극이며, 어째서 비극임에도 우리는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를 답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미숙하게나마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H양이 지나왔던 공간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나는 독자인 당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먹고 입는가? 당신은 어디에 어떤 집에 살고 있는가? 당신의 집 안을 채운 것. 침대와 의자와 그릇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당신의 집은, 달리 말해 당신의 삶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그 다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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