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부터 외국계까지
17년 동안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며 총 4개의 회사를 거쳤다. 은근히 찾아보기 힘든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두루 경험했고, 3번의 직무 변화까지 꾀해온 '모험형/성장추구형' 이직러로서, 어디로 이직하든 유효할 적응 필살기를 내놓고자 한다.
"네가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어?"라고 물으신다면, 나의 답은 쑥스럽지만 YES다.
몸담은 4개의 회사 중 3군데에서 글로벌 탤런트, 핵심 인재 프로그램 등에 선발되어 교육과 승진 등의 영역에서 benefit을 경험했고, 또 여전히 경험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이직을 위한 필살기 6가지, 지금부터 풀어봅니다!
<Part 1. 동료와의 관계 형성: 겸손과 기여>
1. '대놓고 겸손' 전략으로 확실한 내 편 1명을 만들어라
: 말이 쉽지 낯선 조직에서 나의 아군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 조직이든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팀내 혹은 인사부에서 지정하여) 새로운 환경에 발을 들인 동료를 위해 도와주는 사람은 최소 1명은 있게 마련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옆 자리, 혹은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동료들로부터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가이드와 조직과 문화에 대한 암묵지를 전수 받았다. 다만, 이들로부터 많은 정보와 노하우를 다운로드 받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무조건 겸손할 것. 그리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를 보일 것.
내게 일러주는 내용이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심지어 내가 다 아는 내용이어도) 고맙다는 제스쳐를 담뿍 담아 적극적으로 고마움을 표하란 얘기다. 그래야만 도움을 주는 사람 입장에서 보람됨을 느끼고, 업무 전반에 있어서 내게 도움을 더! 주고 싶게 된다.
2. '기브 앤 테이크': 도움을 받는 만큼 나도 쓸모를 증명하라
조직, 시스템, 문화에 대해 알려주는 고마운 동료들에게 나 역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퍼주는 관계가 지속되기는 어렵거니와, 주고 받는 과정 속에 나에 대한 신뢰 또한 싹틀 수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얘기이긴 하지만 이직을 자주 했다보니, 종종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어떻게 이직을 그렇게 잘할 수 있었어요.?' 하며 이직의 노하우를 물어오는 동료들도 꽤 있어서 프로이직러로서의 썰을 풀기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이건 내 강점을 어필하라는 3번의 내용과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내가 영어가 유창하고 전략 장표를 잘 만든다면, 그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한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사적인 도움도 좋은 윤활유가 된다. 아이 옷 물려받는 걸 개의치 않는 동료에게 내 아이의 옷을 챙겨주거나, 독서가 취미인 점을 살려 휴가철 읽을 책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핵심은 도움이라는 매개를 통해 동료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다.
<Part 2. 업무 역량의 증명: 강점과 태도>
3. 적응기엔 '올라운더'보다 확실한 '원포인트' 강점을 어필하라
: 이직을 하게되면, 나를 견제하거나 나의 능력에 대한 호기심 혹은 의심을 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업무적 역량을 증명해보이면 쉽겠지만, 역량은 내부 문화, 프로세스, 상사의 스타일을 습득한 경우에야 비로소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에 (짧으면 3개월~길게는 1년까지도 걸린다) 적응이 완료되기 전까진 나란 사람의 업무 능력을 보여주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는 작은 강점이라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내가 정리를 잘한다, 영어를 잘한다, 혹은 PT를 잘한다라고 했을 때, 그 장점이 발휘되는 작은 기회라도 포착하고(제가 해보겠습니다!), 공을 들이라는 것이다. 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업무는 우리 팀(본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을 (그것을 잘 모르는) 내부 이해관계자들과 법인의 임직원들에게 설명하고 함께할 것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백데이터를 모으고, 이것을 쉽게 시각화하여 개연성 있게 스토리텔링하는 발표에 익숙하고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통해 긍정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임원분들께서 이후 나의 다른 발표들을 보시고, 나에 대해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다만 이 확실한 강점이란 것이 새로운 조직에서 어필되려면 내 역량이 무조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철저한 나의 강점 분석(무엇은 내 엣지로 밀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강점은 절대적이지만도 않고 상대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은데, 가령 나의 어떤 능력이 중상급 정도인데 내가 옮긴 조직에서 그 정도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것을 내 강점 우위로 삼을 여지가 충분하단 의미다.
4. 내 일이 아니어도 'Yes': 잡무가 네트워크가 되는 마법
: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업무에 적극적으로 담금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 이유는 다양한 업무를 하다보면 조직의 프로세스, 시스템, 사람, 부서에 대한 시야가 확장되기 때문이다. 나의 주요 역할과 업무는 A인데 왜 B도 C도 시키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직 후 1~2년까지는 이런 잡다한 기회에 감사해야 한다. 업무 외적으로 알게 되는 정보들이 나의 업무에 꼭 쓰이는 날이 오기 때문이다.
가령, 내 본업이 제품 기획 개발인데 팀의 예산 업무, 본부 내 뉴스레터 업무도 맡아보겠다고 자원한다. 예산 업무를 하면서는 팀의 예산 분배 현황과 사업에 대한 이해, 부서 간 예산 전용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을 알게 되고, 다른 팀의 예산 담당, 사내 재무 담당과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본부의 뉴스레터를 맡으면 조직의 핵심 아젠다와 키맨(Key-man)을 파악하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흔히 말하는 connecting the dots 의 측면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일은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기도 하고, 이것저것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이다보면 상사의 좋은 평가와 신임을 얻어, 팀내 주력 업무를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는, 조직 내의 평판 관리 측면에서다. 다양한 업무 기회에 오픈되어 있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응하는 태도에서 나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평판이 쌓이기 시작한다. 회사생활은 조직생활이므로, 오로지 나의 일에 집중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 다른 조직원들에 대한 배려, 팀의 전체 성과를 위한 태도와 마인드셋을 가진 이들이 좀 더 돋보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회피하는 일에 항상 적극적으로 응해서 잔업 전담반 같은 이미지로 굳어지면 곤란하다. 이것은 적당히 수준에서 잘 매니지하기를 권한다)
<Part 3. 자기 성찰과 멘탈 관리>
5. '고해성사'로서의 기록: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확인하라
아니 하루하루가 답답해 죽겠는데, 이 심정을 기록으로 남기라고? 이 기록은 생각을 정리하는 용도라기 보다는 고해성사의 목적에 가깝다. 누군가에게는 털어놓고 싶은 나의 감정을 일기장에라도 쏟아내어 풀고, 다음 날 또 새롭게 임하라는 얘기다. 나의 불안감? 새로운 조직에 대한 의구심 혹은 불만? 새로운 조직의 동료를 붙잡고 할 수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된다. (초반의 평판 관리도 중요하다)
그렇게 단순히 나를 다잡기 위해 쓴 글이 반짝하고 진가를 드러내는 때가 온다. 그것이 언제냐고? 내가 일주일 전, 혹은 한달 전 남긴 기록보다 오늘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걷혔다면, 혹은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졌다면, 혹은 사소한 일이지만 칭찬을 받았다면 그 변화의 수준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나는 많이 불안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 때보단 훨씬 나아졌구나. 두달 전만 해도 업무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는데, 어느새 이해를 조금 하게 되었구나 등의 깨달음이 잔잔한 동력이 된다.
매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겠지만, 긴 호흡으로 본다면 분명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혹은 옆으로라도 확장하고 있음을 분명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6. 버티는 것도 실력, 시간이라는 해결사를 믿어라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내가 이직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 있다. 네트워크도 마찬가지. 내 세력권(?)이 아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자존심의 스크래치. 이직한 회사의 옆 동료가 말만 항상 그럴싸하게 하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상사가 그 사람을 인정할 때, 부당함이 고개를 강하게 들이밀었다. 나는 이 회사에 있은지 한달도 채 안 됐고, 그녀는 10년 이상 근무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 그래서 상사에게 많은 정보를 일러주고 도움이 된다는 이유 만으로 그런 부당한 상황을 목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럴 땐 어떻게 하면 되냐고?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기다리면 된다. 내게도 시간을 주고, 상사에게도 시간을 줘야 한다. 왜냐? 사람의 진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것이 비록 1년 뒤일지라도. 그러니 마음을 너무 조급하게 먹을 것이 아니라, 진득함, 관대함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말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나의 적응도, 누군가에 대한 잘못된 평가도 말이다.
종합해보면 결국 '열려 있을 것(Be Open)'이라는 메시지로 수렴되는 듯하다. 동료에게 마음을 열고, 내 역량을 오픈하여 어필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이 글이 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직 후 고군분투 중인 분들에게 실질적인 팁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