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워킹맘이 달리기에 미치게 된 진짜 이유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건 2021년이었지만, 이것이 진정한 '습관'으로 자리 잡은 건 2025년 3월부터다. (여기서 '습관'의 정의는 내 기준, 최소 주 4회 이상, 1년 이상의 지속을 의미한다.)
성인이 되어 새로운 루틴을 일상에 들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아이의 스케줄이 곧 나의 스케줄이 되는 워킹맘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30대 내내 모닝 저널, 아침 독서, 밤 독서, 일기 쓰기 등 좋다는 루틴은 다 시도해 보았지만, 슬프게도 1년 이상 살아남은 것은 없었다. 그런 내가 40대가 되어서야 (드디어!) 아침 달리기라는 루틴을 1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이 기적 같은 변화의 비결을 한번 풀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비결은 '확실한 계기(Trigger)', 그리고 그 계기가 가져다준 '미디엄 윈(Medium Win)' 덕분이었다. 우리는 흔히 소소한 성취인 '스몰 윈(Small Win)'의 중요성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나를 바꾼 건 너무 시시하지도, 그렇다고 불가능할 정도로 거창하지도 않은, '적당히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했을 때 오는 묵직한 성취감, 바로 '미디엄 윈'이었다.
이야기는 1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와 아이 학교 근처로 이사하면서 출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집 근처엔 트랙이 있는 운동장까지 있었다. 최적의 환경이라는 '계기'가 주어졌으니 한동안은 신나게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몸이 힘들거나 날씨가 궂으면 어김없이 핑계가 튀어나왔고, 빈도는 주 1~2회로 쪼그라들었다. '아, 이번에도 루틴 만들기는 실패인가...' 회의감이 엄습하던 찰나, 인생을 바꿀 강력한 사건이 터졌다.
바로 32km 마라톤 출전 통보였다.
내 남편은 철인 3종과 마라톤을 즐기는 '무쇠인'이자, 아내의 운동에 있어서만큼은 'No Mercy' 방침을 고수하는 사람이다. 이전의 10km, 하프 마라톤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남편의 '선 신청 후 통보'로 뛰게 되었는데, 이번엔 판이 너무 커졌다. 하프를 넘어선 무려 32km라니.
“???????????????????”
21km 이상은 뛰어본 적도 없는데 32km라니? 심지어 남편은 해외 출장 중이었고, 나는 주최 측의 알림 톡을 받고서야 내 출전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황당하고 화가 났지만, 문득 오기가 생겼다. '그래, 까짓것 한번 해보지 뭐.'
사실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대회 앞두고 1주일 전에 21km 한번 뛰어보고, 거기서 10km만 더 뛰면 되는거니까 어떻게든 미래의 내가 뛸 수 있을거라고 무턱대고 생각했다. 대회 날이 하필이면 한달에 한번 있는 '그 날'이었고, 맹추위가 습격해서 얼어가는 발을 부여잡으며 뛰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3시간을 좀 넘겨 완주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내 머릿 속에서 이상한 작용이 벌어진다.
‘나 32km 마라톤 완주한 사람이야~~~음하하’
‘할머니가 될 때까지 달리기를 해보고 싶은 걸?’
‘풀 마라톤? 한번 해볼만 하겠는데?’
정말 용감무쌍하고도 무식한 용기란 것이 샘솟았다.
그리고 그 때 샘솟은 용기로 같은 해 11월 풀 마라톤을 신청하고, 결국 완주까지 하게된다.
다시 '습관'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나의 달리기 습관은 "이걸 내가 해냈다"는 감각, 즉 꽤 두둑한 성과를 맛본 다리 근육에서 탄생했다. 매일의 소소한 성공도 중요하지만, 어떤 행동이 평생의 습관으로 뿌리내리려면 심장이 쫄깃해질 만큼의 '도전적인 과제'와 그것을 넘어섰을 때 느끼는 '강렬한 효능감'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영어 공부를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면, 매일 단어 5개를 외우는 '스몰 윈' 대신, 3달 뒤 오픽(OPIc) 최고 등급 따기 같은 '미디엄 윈'을 목표로 잡아보면 어떨까? 32km를 완주한 후의 내가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처럼, 당신도 분명 달라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