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란 파도> 문두버라

청춘이란 파도를 즐기는 중입니다. EP 6

by 해일

서른하나에 떠난 호주 워킹 홀리데이! 호주를 방랑하는 중입니다 :D


3월의 첫 날, 아침 일찍 로마 스트릿 역에서 기차를 탔다. 호주에서 타는 첫 기차였다.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작은 간이역 같은 그 곳은 메리보그 역이다.


정말 작았던 그 자그마한 역은 한국에서부터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내리자마자 바로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제일 먼저 보였던 바다 사진이 랩핑된 커다란 버스는 하비베이 행이었고 내가 탄 버스는 친절한 기사님이 운전하는 아주 작은 봉고차였다.

output_3056401883.jpg 마치 어릴 적 학원 봉고차가 생각나는 작은 차였다.

이 작은 봉고차를 타고 핸드폰 신호도 잘 터지지 않는 호주 시골길을 또 세 시간 달려가면 브리즈번에서 기차로 세 시간을 더 가야한다.


도중에 몇 군데의 소도시에서 승객들이 내리고 탑승한다. 내가 가는 곳이 마지막 정류장인데 나를 포함한 세 명만이 남았다. 이 작은 도시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도 나와 같은 도시로 향하는 중이었고 같은 곳에서 살 한국인들이었다! 기사님과 나에게 초콜렛을 나눠주던 귀여운 두 여자들은 훗날 몇 달동안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나의 좋은 친구들이 되었다.


그렇게 버스로 세 시간, 여섯 시간의 긴 여정을 거쳐야 찾을 수 있는 호주의 작은 시골 마을 문두버라(Mundubbera)에 도착했다. 3월 말부터 9월까지는 시트러스 작물(만다린, 멀콧, 오렌지, 레몬 등)이 가득한, 9월부터 11월 말까지는 블루베리가 가득한 과일 농장이 가득한 도시 문두버라.


시내 혹은 중심가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작은 마트, 서점, 잡화점, 정육점, 카페, 우체국 등등... 나란히 마주한 두 길가에 삶의 필요한 단 몇 종류의 상점들이 딱 한 개씩만 자리하고 있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 문두버라, 그 곳이 바로 내가 정착한 호주의 첫 도시다.


내가 이 시골 도시에서 처음 호주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농장 생활을 먼저 하기 위해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우편번호로 정해진 소위 말해 노동력이 필요한 호주의 소도시에서 농장일 혹은 공장일을 88일 동안 하면 1년을 더 거주할 수 있는 세컨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준다.

(현재는 세컨 비자로 거주하는 동안 180일을 또 일하면 1년의 비자를 더 주는 써드 비자까지 있다)


호주는 1년 내내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이 가능하고 전 세계를 통틀어 시급(시간당 $24.36 호주달러)이 제일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워홀러들이 더 많이 몰리는데 이 점을 이용... 혹은 악용 한다는 말이 많다.

자국민인 호주 청년들이 꺼리는 산업군을 비자를 앞세워 워홀러들의 노동력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더 거주하기 위해 알면서도 농장 산업군에 뛰어들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다.


도시 생활에 먼저 정착하고 나면 세컨 비자를 위해 농장으로 옮겨 생활하려는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농장 일이기에 힘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고된(?) 일을 먼저 끝내두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서부터 먼저 정보와 도시들을 추려 내가 최종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문두버라에 있는 피키 패커스(Picky Packers)라는 워킹 호스텔이었다. 워킹 호스텔은 해당 호스텔에서 머물면서 숙식을 해결하면 내가 숙박료를 지불하는 대신에 농장 일을 연계 시켜주는 곳이다.


호주에는 이런 워킹 호스텔이 정말 많은만큼 규모도 다양하고 호스텔에서 많은 사람들과 다같이 사는만큼 장단점도 많다. 호주 워홀의 거의 끝을 향해가는 글을 쓰는 몇 개의 워킹 호스텔을 거쳐온 지금의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작은 시골 도시 문두버라에 있는 피키 패커스 만큼 깨끗하고 가족같은 호스텔을 호주에서 절대 찾을 수 없다는 거다. (이 곳과 다른 곳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차차 풀어가보기로 하자)


오후 6시가 다 되어 호스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침대를 고르고 짐을 풀고... 낯선 땅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에 내 두 발로 걸어 들어온 나는 마침내 혼자 만의 호주 생활에 적응을 시작해야했다.

EDCDB35E-941C-4E2B-8E70-BBE94F6ADFF9.jpg 호스텔 첫 날밤,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 작은 동네

아직 시트러스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라 호스텔에는 약 3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었다. 문두버라에서의 첫 날 밤은 생각보다 더 어리둥절했다. 많은 사람과의 공동 생활을 해야한다는 머리로만 알던 사실이 비로소 몸으로 체감되기 시작했고 불이 꺼진 깜깜한 호스텔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 동네는 정적이 흘렀다. 호스텔 안은 북적거리고 시끄러운데 발코니에 앉아있는 나와 불이 꺼진 동네는 참으로 조용했다.


나는 혼자인 타국 생활이 얼마나 힘든가,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다음 날, 호스텔 생활 2일차, 호스텔에서 보낸 첫 주말... 나는 제대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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